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K팝 가수 최초로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 축하 무대를 꾸몄다.
리사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007시리즈 헌정 공연을 펼쳤다. K팝 가수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연 무대를 꾸민 것은 처음이다.
리사는 007시리즈 헌정 영상이 끝나고 이어지는 무대에서 영화 ‘서브스턴스’에 출연한 배우 마거릿 퀄리 다음으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와이어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온 리사는 007시리즈 ‘죽느냐 사느냐’의 주제가인 ‘리브 앤드 렛 다이(Live and Let Die)’를 단독으로 불렀다. 남자 무용수들과 안무를 선보이기도 했다.
리사에 이어 신곡 ‘본 어게인(Born Again)’ 작업을 같이 한 미국 래퍼 도자 캣, 영국 싱어송라이터 레이가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당초 협업한 신곡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으나 대신 007 주제가를 연이어 불렀다. 공연을 마친 뒤 세 가수가 함께 서서 인사하자 청중을 기립박수를 보냈다.
LA산불 위로, 차분한 진행…‘아노라’ 작품상 등 5관왕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 1월 LA에서 보름 넘게 이어진 대형 산불과 수많은 피해자를 위로하는 뜻을 담아 예년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진행자와 아카데미 측 인사들은 산불 피해자 등을 위한 기부 방법을 안내하며 동참을 호소했다. 행사 중간에는 LA 소방관들이 무대에 올라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숀 베이커 감독의 영화 ‘아노라’였다.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5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노라’는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베이커 감독은 “진정한 독립영화를 인정해준 아카데미에 감사를 표한다”며 “이 영화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피와 땀, 눈물로 만들었다. 독립영화는 오래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