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34)는 클래식계의 대표적 팔방미인이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2016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이끄는 앙상블 디토의 객원 단원으로 한국에 왔다. 이후 솔리스트이자 실내악 멤버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국악, 재즈, 대중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작곡을 부르는 가수로 데뷔하기도 했다.
2019년부터 어린이 음악회 ‘핑크퐁 클래식 나라’를 진행해온 그는 2021년 ‘슈퍼밴드2’, 2022~2024년 ‘TV예술무대’, 지난해 ‘나 혼자 산다’ 등 TV 출연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는 공연장에서 환호를 받는 ‘클래식계 아이돌’이 됐다. 클래식 연주자로서 흔치 않은 그의 행보는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서다.
롯데콘서트홀이 올해 상반기 마티네 공연 ‘엘콘서트’를 책임질 아티스트로 그를 선정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는 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을 더 많이 알리고 싶은데, 마티네 공연이 그 방향성에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롯데콘서트홀에서 제안이 왔을 때 기뻤다”고 밝혔다.
마티네(matinée)는 프랑스어로 아침 그리고 오전 중이라는 뜻인 ‘마탱’(matin)'에서 유래해 낮에 열리는 공연을 의미한다. 롯데콘서트홀은 2016년 개관 때부터 ‘엘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마티네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니 구가 엘콘서트의 기획자로도 참여해 연주할 곡과 게스트를 선정했다. 대니 구는 “격식을 갖춰야 하는 오후 7~8시 공연과 달리 마티네는 관객들이 좀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면서 “마티네 공연의 주제를 정하기 위해 휴대전화 속 (음악) 플레이스트를 훑어봤는데 다양한 장르들이 있었다”면서 “이 기회에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음악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면 좋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대니 구는 영화, 봄, 재즈를 주제로 각각 3월 20일, 4월 17일, 5월 15일 세 차례 특별 게스트와 함께 공연한다.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와 가수 손태진이 출연하는 3월 공연은 ‘오즈의 마법사’ ‘여인의 향기’ ‘시네마 천국’ 등 다양한 영화 속 명곡들을 선보인다. 디토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4월은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과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조윤성 트리오가 출연하는 5월은 스탠더드 재즈 넘버 외에 대니 구가 즐겨 연주하고 부르는 팝 음악들을 들려준다. 대니 구는 “이번 마티네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공부하고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쉬운 음악들은 아니지만 쉽게 풀려고 노력했다. 관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와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대니 구가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정통 클래식 연주와 거리가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클래식계에 적지 않다. 그 역시 한동안 고민을 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대중과 클래식 음악 사이의 다리가 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점점 빨라지는 세상에서 클래식 음악은 점점 더 (세상과) 멀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연주자들이 관객이 콘서트를 보러 오길 기다릴 뿐”이라면서 “나는 기다리기보다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예능을 비롯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는 우선 많은 분에게 클래식을 접할 기회를 드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실제로 내 공연에는 평소 클래식 공연장에 안 가던 분들이 많이 오신다. 이분들에게 먼저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알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대니 구는 내년에 한국 데뷔 10주년을 맞아 클래식 음반을 발매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오는 3월 말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담은 노래 음반을 먼저 낼 예정이다. 그는 “유재석 형님은 내 롤모델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됐지만 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모습이 멋지다”면서 “나도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토대로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고 싶다. 특히 클래식의 대중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