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표직 사퇴 두 달여 만에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그는 첫 공개 활동으로 제2연평해전 관련 공연을 관람하며 “보훈과 안보를 목숨처럼 여기는 정치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개헌 논의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는 “5년 동안 범죄 혐의를 피하고 싶은 것 아닌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의 한 극장에서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연극을 관람하기 전 관계자들을 만나 “이 작은 소극장에 모인 마음이 결국 대한민국을 더 안전하고 강하게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군인사법 개정안과 국가배상법을 언급하며 ‘보훈’과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보훈을 얼마나 중요시하고 제복을 입은 영웅을 얼마나 예우하는지가 더 안전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을 관람한 뒤에는 기자들과 만나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 전 대표는 “87년 체제는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 대표의 29번의 탄핵 시도, 대통령의 계엄 시도를 국민이 또 겪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모두 그 필요성을 공감하는 지금이 이것을 해낼 때”라며 “이것을 해내려면 중요한 임무를 맡은 사람이 희생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고 2028년 퇴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아울러 “선관위에 대한 개헌도 필요하다”며 “독립성은 중시하되 개헌으로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선관위까지 넓히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7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원의 감찰이 ‘권한 밖’이라고 판단했는데, 한 대표는 선관위도 감찰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저는 계엄 선포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재차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이 대표와 민주당이 헌법을 무시하고 유린한 폭거 부분도 대단히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며 “이 대표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없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개헌 논의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그분은 5년간 범죄 혐의를 피하고 싶은 것”이라며 “헌법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연극 관람에는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고동진, 박정훈, 우재준, 정성국, 한지아 의원 등이 동행했다. 현장에는 약 100명이 넘는 한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모였다.
한 전 대표는 오는 5일 자신이 쓴 책인 ‘국민이 먼저입니다’의 북콘서트를 열고 본격적인 공개 행보에 나선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