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숏폼’에 사활…한국인 5명 중 3명, 하루 유튜브 2시간 시청

입력 2025-03-03 05:02 수정 2025-03-03 05:02
연합뉴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뇌썩음(brain rot)’을 지난해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유튜브와 틱톡의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소셜미디어 속 짧은 길이의 영상을 무심코 넘겨보는 습관을 경고하는 메시지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유튜브 이용자 5명 중 3명은 하루 2시간 이상 유튜브를 시청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숏폼이 소비자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가운데, 유통업계는 전략적으로 숏폼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2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유튜브의 일일 활성 이용자수(DAU)는 2998만8308명, 1인당 평균 이용시간은 139.37분으로 집계됐다. 약 2시간 20분으로, 전체 앱 중 최대치다. ‘릴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인스타그램 역시 1인당 하루 평균 50분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토종앱 네이버나 카카오는 체류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두 앱을 합쳐도 1시간 미만에 머문다.

숏폼 시청은 노소를 불문한다. 롯데멤버스는 최근 성인 5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86.4%가 ‘숏폼 시청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하루에도 여러 번 본다’와 ‘매일 본다’고 답한 응답자를 합하면 절반 이상이다.

짧은 영상에 대한 한국인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면 유통업계가 숏폼을 활용한 마케팅에 사활을 거는 게 설명된다. 생존의 기로에 놓인 11번가는 숏폼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숏폼 서비스 ‘플레이’를 오픈 플랫폼으로 개편, 누구나 영상을 게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입점 셀러들이 숏폼 형식으로 자신의 상품을 선보일 수 있어 중소판매자들에게도 유리하다. W컨셉은 다가오는 봄에 어울리는 스타일링 추천 행사를 숏폼으로 기획했다. 밸런타인데이, 입학 등 시즌에 맞춘 스타일링도 만나볼 수 있다.
AI 기반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 브이캣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숏폼 자동 제작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주 밝혔다. 브이캣 제공

중고거래 시장도 숏폼을 적극 접목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12월 자동 숏폼 생성 기능을 공식적으로 오픈했다. 판매자의 상품을 자동으로 숏폼 영상으로 제작해주는 기능이다. 당근 숏폼 서비스 ‘당근 스토리’는 오픈 약 1년 만에 하루평균 업로드 수는 60배, 시청 수는 24배로 증가했다. 상반기 중으로 당근 스토리 검색 기능을 전국 단위로 확장하고 댓글 기능 추가 작업도 마무리할 방침이다.

홈쇼핑업계는 숏폼을 강화하며 ‘탈 TV’ 행보를 이어간 지 오래다. 현대홈쇼핑은 업계 최초로 숏폼을 자동 제작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 지난해 800여개의 숏폼 콘텐츠를 제작했다. CJ온스타일은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MLC)를 강화해 지난해 MLC 거래액이 132% 급증했고,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하반기 숏폼 서비스 도입 후 6개월 만에 구매 소비자가 2배 증가했다. 숏폼과 커머스의 결합은 재미와 쇼핑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로 자리 잡았다.

숏폼 광고의 인기에 숏폼 기업이 유통업계에 역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중국 IT기업인 바이트댄스의 자회사 틱톡의 ‘틱톡샵’은 숏폼 영상에서 노출된 상품을 이용자가 즉시 클릭해 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다. 2022년 동남아시아에서 출시된 이후 지난해 9월 미국으로 시장을 확장하며 8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 틱톡샵은 대형 유통업체 쉬인과 세포라를 제칠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하다.

숏폼의 무분별한 소비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적잖이 제기된다. 옥스퍼드에 선정된 ‘뇌썩음’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짐작할 만한 지점이다. 행위중독에 노출된 뇌를 일컫는 ‘팝콘 브레인’이라는 단어는 디지털 콘텐츠를 넘어 숏폼 콘텐츠의 과다 소비에도 적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숏폼은 빠른 소비를 선호하는 현대인에게 복잡한 정보를 찾는 부담을 덜어준다”며 “향후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