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격 직후 ‘이 사진’ 찍은 기자도 백악관 취재금지

입력 2025-02-28 17:06
지난해 미국 대선 유세 도중 피격당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치켜든 모습을 찍은 AP통신 사진기자도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출입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번 부치 기자가 촬영한 당시 사진. A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AP통신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한 가운데 지난해 총기 피격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치켜든 모습을 찍은 AP 사진기자도 백악관 출입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의 에번 부치 수석 사진기자는 27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트럼프) 행정부가 AP 스타일북에 따른 다툼 때문에 나의 백악관 취재를 금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이 잘 풀려 역사를 기록하는 내 일로 돌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부치는 지난해 7월 13일 대선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한 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단상에서 내려오던 트럼프 대통령을 촬영했다. 귀에서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치켜든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세계 최대 뉴스통신사인 AP의 송고망을 타고 전 세계에 뿌려졌고, 당시 공화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AP에서 20년 넘게 일한 부치 기자는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미국 전역으로 번진 시위 현장을 취재한 사진으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18일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바꾼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과 전용기(에어포스 원)에서 AP의 펜 기자와 사진기자의 취재를 금지했다.

백악관이 표면적으로는 멕시코만 표기를 취재 제한의 이유로 들었지만 그 이면에는 진보적인 내용을 담은 AP의 ‘스타일북’을 문제 삼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치 기자 역시 SNS에서 이를 언급했다. 스타일북이란 기사 작성과 편집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언론사가 문법, 용어 사용 등에 관한 규칙을 정리한 지침서를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열성 지지자들은 “트랜스젠더 주제를 보도할 때는 모든 입장을 포함하고, 이야기의 균형을 잡는다는 구실로 자격 없는 주장이나 출처를 제공하는 것을 피하라”며 AP 스타일북의 여러 항목에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