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관광객 감소와 길어진 고금리 영향으로 제주도민들이 지갑을 걸어닫고 있다. 이 같은 소비 위축이 소상공인 비율이 높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면서 제주도가 대대적인 외식 장려 캠페인을 펼치고, 점심시간 불법 주정차 단속 유예 시간을 연장하는 등 소비 진작에 사활을 걸고 있다.
28일 제주 제주시는 지역상권과 서민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점심시간 불법 주정차 단속 유예시간을 1시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장 하루 뒤인 3월 1일부터 기존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2시간이던 점심 단속 유예시간이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총 3시간으로 늘어나게 된다.
제주시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나 영세 상인을 돕고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자 단속 유예시간 연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간은 내년 2월 28일까지 1년간이며, 편도 2차로 이하 도로에만 적용된다.
제주도는 이보다 한 달 앞서 도내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과 연계한 대규모 소비 진작 캠페인을 시작했다.
도와 도의회는 설 명절을 앞둔 지난달 23일 제주소통협력센터에서 열린 상설정책협의회에서 민생경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공직사회와 기관·단체를 중심으로 소비 실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 자리에서 “민생 경제 회복에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며 “‘하루 두 끼는 밖에서’ 먹는 수눌음 소비 실천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행정기관 각 부서에서는 식사 자리를 겸한 간담회를 늘리고, 버스를 대절해 원도심 식당을 이용하는 등 ‘하루 두끼 밖’ 캠페인에 부응하기 위한 다채로운 소비진작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회식 등 모임을 줄이고 간소화해 온 것과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한 공무원은 “꽤 오래 공직생활을 하면서 전기 절약, 저축 장려, 회식 간소화, 정시 퇴근과 같은 캠페인은 있었지만 ‘하루 두끼’ 외식을 권장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소비 실천’이라는 단어도 낯설지만 그만큼 경기가 어렵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2월중 제주지역 소비자심리지수는 88.1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달 85.6보다 2.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이 같은 수치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지수 95.2보다 낮고, 기준치 100에도 크게 못 미친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크면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100보다 작으면 부정적으로 보는 가구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제주지역 소비심리가 장기간 위축되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에 비해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내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2023년 1268만1999명에서 지난해 1187만6303명으로 80만5696명, 하루 평균 2200명이 감소했다.
여기에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이자 부담에 허리띠를 졸라맨 가정이 늘어난 것도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제주지역 가계·기업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0.99%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0.29%에서 수직 상승했다. 제주 연체율은 전국 평균 연체율(0.44%)을 크게 상회하며 현재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