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지 여부를 두고 한국 사회는 5년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국제질병사인분류개정안(ICD-11)을 채택한 이후, 국내 도입을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무조정실이 운영하는 민관협의체는 이제 막다른 길에 서 있다. 국무조정실이 자가진단한 현 상황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국무조정실의 고민: 권한 없는 협의체
국무조정실은 민관협의체가 출범부터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협의체는 법령상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비공식 실무협의체이기 때문이다.
국조실은 현재 법령상 민관협의체 의사결정을 통계청에서 참고할 수 있지만, 최종적인 판단을 담보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계청의 표준분류 제‧개정 절차에 따라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통한 의사결정은 통계법에 근거를 둔다. 즉, 민관협의체가 5년간 논의해 결론을 내더라도 통계청의 최종 결정을 구속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한계는 의사결정 방식이 없다는 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관협의체는 “전원 합의”, “다수결”, “단순 의견제시” 등 공식적 최종 의사결정 방식이 부재한 상황에서 지난 5년간 논의를 이어왔다. 이제서야 국조실은 의사결정 방식을 확정하려 한 것이다.
세 번째 한계는 연구용역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4차례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과제의 특수성”, “조사방법론적 한계”, “위원간 견해 차이” 등으로 연구 과정과 결과에 대한 합의 도출이 불가능했다.
시간은 흐르고, 결정은 미뤄진다
국조실은 민관협의체 위원들에게 두 가지 중요한 결정을 요구했다. 먼저 추가 연구용역 진행 여부다. 13차 회의에서 새로운 실태조사 방법론 연구용역 의견이 제시됐지만, 국조실은 "현 시점에서 추가 연구용역은 제약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는 ▲과제 특성 ▲해외 연구 및 사례 부족 ▲결과 해석 차이 등이 언급됐다.
특히 “지난 5년간 논의가 이어졌으며, 충분한 용역 시간이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있다. 당초 2024년, 늦어도 2025년 상반기까지는 입장결정이 필요한데, 용역절차를 감안하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추가연구용역은 불발되었다.
두 번째 결정사항은 민관협의체의 의사결정 및 입장 전달 방식이었다. 국조실은 네 가지 안을 제시했다: ①전원 합의로 결정 ②다수결로 결정 ③위원별 개별입장 제시 ④찬성·반대 숫자만 전달. 이처럼 5년이 지나도록 어떻게 결정할지조차 정하지 못한 상황은 협의체 운영의 근본적 문제를 보여준다. 결국 위원별 개별입장 제시하는 방안으로 그치고 말았다. 결국, 운영안하느니만 못한 5년의 시간이었다.
과학적 근거와 산업 영향의 팽팽한 대립
지금까지의 연구용역 결과는 양측 입장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었다. 2021년 4월 발표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과학적 근거 분석 연구’에서는 “WHO에서 근거로 활용한 다수 연구가 과학적 근거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질병 등재 과정에 참고한 다수 연구논문이 비임상집단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고, 표본 대표성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시기 발표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에서는 사회적 낙인효과가 가장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제적으로도 질병코드 도입 1차연도에 전체 게임산업 규모의 약 20%(약 4조원) 손실, 2차 연도에 추가로 약 24%(4.8조원) 손실로 총 8.8조원 감소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5년의 시간,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민관협의체는 5년간 12차례 회의를 개최하고 4차례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결국 “서로의 입장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 그쳤다. 이제 더이상 국무조정실을 믿고 맡길 때가 아니다. 국조실이 내놓은 대안들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위원별 개별 입장을 모두 통계청에 전달하거나, 단순히 찬성·반대 숫자만 알리는 방식으로는 5년간의 논의 가치를 살릴 수 없다.
필자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반대 입장이지만, 찬/반 입장을 떠나 국무조정실의 운영방식 자체가 문제였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보건의료계와 게임업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민관협의체는 갈등 해소를 위한 거버넌스 기구로 출범했지만, 의사결정 구조와 권한의 불명확성이 협의체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켰다.
잃어버린 5년,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국회 이도경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