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의회 지방의원 소송비 지원 조례 추진…특혜 논란 확산

입력 2025-02-27 13:46
지난 20일 열린 울릉군의회 제284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모습. 울릉군의회 제공

경북 울릉군의회가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중 발생한 소송비를 지원하는 조례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조례안에는 소급 적용과 유죄 판결 시 소송비 감면 조항 등이 포함돼 특혜 시비도 있다.

27일 울릉군의회 등에 따르면 한종인 군의원이 발의한 ‘울릉군의회 의원 등의 소송비용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 24일 입법 예고됐다. 다음 달 4일까지 주민 의견 등을 받을 예정이다.

이 조례안은 지방의원의 원활한 의정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의정활동 중 수사를 받거나 기소·피소 또는 민사소송 피고가 된 경우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소송비용 지원 규모는 형사소송은 각 심급마다 1000만원 이내다. 민사소송의 경우 변호사 보수 규정으로 지원 금액을 정한다.

그러나 조례안은 법적 책임 회피 및 형평성 저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형사소송에서 유죄 처분을 받거나 민사소송에서 중대한 과실이 인정돼도 적극적 의정활동 수행 중 발생한 경우라면 소송비용을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포항지역 한 변호사는 “적극적인 의정활동의 판단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법적 책임을 약화시키는 특혜 조항이 될 수 있다”라며 “지방의원의 법적 분쟁에 군민의 세금이 사용되는 것이 정당한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례안 입법 시기와 소급 적용 조항을 두고도 비판이 거세다. 이번 조례안은 군의회 A의원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된 직후 논의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한 ‘맞춤형 입법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50여곳의 지자체가 유사한 조례를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소급 적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울릉군의회는 조례 시행 당시 이미 수사 중이거나 기소ㆍ피소 또는 민사소송의 피고가 된 경우에도 적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주민들은 소급 적용 조항 삭제, 유죄 판결 시 비용 감면 조항 폐지, 심의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주민 B씨는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보호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는 것은 명백한 문제”라며 “울릉군의회가 청렴성을 유지하고 군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논란이 될 만한 조항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릉=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