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웹툰·웹소설 업계가 불법 복제로 인해 천문학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사법 절차만으로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는 데 한계를 느낀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체적인 단속반을 꾸려 활동하는 실정이다.
27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발간한 ‘제6차 불법유통대응백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불법유통대응팀 피콕(P.CoK)은 지난해 하반기 불법 유통물 약 2억4000만건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 팀은 정부·경찰과 별도로 카카오가 자사 불법 유통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설립한 조직이다.
카카오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총 7억4000만건의 불법 유통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집중적으로 불법 복제물을 게재한 국내외 사이트 운영자를 특정해 그중 14개를 폐쇄하는 성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도 ‘툰레이더’라는 AI 기반 불법 유통물 감지 시스템을 개발해 자체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웹툰·웹소설 자회사를 운영하는 빅테크가 이 같은 ‘자경단’을 꾸리는 것은 불법 유통물 사이트 운영자 검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통상 해외에 서버를 두고 활동해 현지 경찰과의 공조 없이는 운영자를 특정하기 쉽지 않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해 불법 사이트의 아이피(IP)를 차단해도 IP와 도메인만 바꾸면 손쉽게 똑같은 사이트를 무한히 양산해낼 수 있다.
갖은 노력 끝에 운영자를 검거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기 일쑤다. 국내 최대 불법 유통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 A씨(49)는 웹툰 8만여건(약 1600편)을 불법 게시하며 9억5200만원의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지만 처벌 수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9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3억8300만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네이버웹툰이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한 불법 사이트 운영자 B씨도 2023년 9월 검거됐지만 징역 1년8개월을 선고받았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도 골칫거리다. 업계는 AI 기술을 활용해 불법 유통물을 잡아내는 ‘방패’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용자들 역시 AI를 악용한 ‘칼’을 키우고 있다. 영상물에 비해 번역·변조가 상대적으로 쉬운 웹툰·웹소설 특성상 불법 유통물 생산과 유통도 활발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네이버·카카오는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단속 조직을 활발히 운영하는 한편 해외와의 직접적인 공조에 나서기도 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7월 구글과 손잡고 저작권보호프로그램(TCRP) 파트너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구글 검색 엔진에서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성상 어렵게 범인을 잡아내도 엄벌에 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웹툰·웹소설 불법 복제가 범죄라는 사실을 알리며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