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50억달러(약 7조160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24명 있고, 그중 16명은 재산이 100억달러를 넘는다. 이들 초부유층 24명의 재산을 다 합치면 3조3000억달러(약 4728조원)에 달하며, 이는 프랑스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에 해당한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자산정보회사 알트라타의 데이터를 인용해 5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24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을 이전의 억만장자와 구별되는 새로운 초부유층인 ‘슈퍼 억만장자(superbillionaire)’라고 명명했다.
알트라타 데이터에 따르면, 2월 초 기준으로 전 세계 재산 순위 1위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로 4194억달러(약 600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포브스가 억만장자를 처음 집계한 1987년에 1위에 오른 인물은 일본의 부동산 재벌인 츠츠미 요시아키로 당시 재산은 200억달러였다. 그로부터 38년 후 세계 1위 자산가인 테슬라의 재산은 당시 요시아키보다 21배나 많아졌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2638억달러로 2위,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2389억달러로 3위에 올랐다. 이어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2370억달러),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2208억달러),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세르게이 브린 공동 창업자(1605억달러), 스티븐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1574억달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1542억달러), 월마트 창업주 가문의 제임스 월튼(1175억달러)과 롭 월튼(1144억달)이 순서대로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1084억달러·13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1060억달러·14위)도 슈퍼 억만장자 리스트에 포함됐다.
알트라타의 분석 책임자인 마야 임버그는 슈퍼 억만장자의 등장에 대해 “이제 억만장자 집단 내부에서도 격차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퍼 억만장자의 특징은 ‘기술 발전으로 부를 축적한 미국 남성 IT 기업가’로 요약할 수 있다. 상위 10명 가운데 6명이 IT 관련 기업가이고, 총 24명 가운데 여성은 3명에 불과하다. 미국 밖에 본거지를 둔 이는 7명뿐이다. 이들의 부가 세습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군 것이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하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초부유층의 부상 원인 중 하나로 독점을 들었다. 그는 “독점금지법이 기술 분야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들이 독점 권력으로 엄청난 부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기업 차원에서나 개인 차원에서나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보다 세금을 회피하는 데 훨씬 더 능숙하다”며 “그들이 이익의 일부로 내는 세금 수준은 그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루이지 징갈레스 시카고대 교수도 독점에 따른 부의 집중을 우려했다. 그는 “좋은 자본주의 시스템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혁신의 모방이 빠르게 이뤄지므로 누구에게도 과도한 보상을 주지 않는다”며 “미국 자본주의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