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유튜브를 활용한 ‘기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 기업 홍보가 공식 홈페이지나 채용 설명회 등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영상 콘텐츠가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취업 정보를 얻는 문화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기업들이 이에 맞춰 소통 방식을 바꾸는 모습이다.
1일 삼성전자 DS부문의 공식 유튜브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에는 “‘이런 선배 있으면 좋겠다’의 이런 선배를 맡고 있습니다”라고 적힌 영상이 첫 번째 추천 영상으로 떠 있다. 삼성전자는 ‘the 블루 아워’라는 콘텐츠를 통해 반도체 엔지니어, 화이트 해커, 데이터센터 연구원 등 다양한 직군의 일상을 공개했는데, 영상 내용에서도 이들의 인간적인 매력만을 강조하는 부분을 따로 편집해 만든 영상이다.
영상에는 10년 전 자신과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후배들을 도와주기 위해 직접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4년째 운영 중인 20년 경력의 반도체 파트장, 후배가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선배’라고 극찬하는 11년 차 제조 담당자 등이 나온다. 실제 직원들의 업무 환경과 사내 분위기를 보여줌으로써 삼성전자 DS부문을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다양한 계열사가 있는 SK그룹은 채용 정보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SK Careers’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이 채널에는 계열사별 채용 공고뿐만 아니라 인사 담당자가 직접 채용 전형에 대한 ‘꿀팁’을 제공하거나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등장하는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실제로 두 달 전 게재된 ‘SK그룹 첫 전형부터 합격시켜주는 대외활동’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현재 1만6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HD현대중공업은 보다 차별화된 방식으로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임원도 브이로그는 처음이라’라는 콘텐츠에서 HD현대중공업은 5년 차 상무인 홍석환 해양에너지사업본부 상무의 일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홍 상무는 오전 6시 영어 뉴스를 들으며 출근하고, 주간 회의를 진행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낸다. 싱가포르 출장 중에는 여행용 가방에서 짐을 하나씩 꺼내면서 ‘요가 매트’까지 챙겨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영상은 단순히 상무의 일상만을 공개하진 않는다. 이 영상에서 홍 상무는 HD현대중공업이 조선사업부와 해양에너지사업본부로 나뉜 이유를 설명하며 “조선과 분리된 건 두 사업부 물성이 다르다는 뜻”이라며 “‘에너지’가 추가된 건 그동안 해오던 오일·가스산업에 더해 소형모듈원자로(SMR)·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도 주력 포트폴리오에 담겠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한 직장인 브이로그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 성장 방향성을 알리는 효과적인 소통 수단인 셈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는 중공업 회사의 업무를 누구나 알기 쉽고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취지에서 제작한 영상”이라며 “앞으로도 조선소의 특성과 다양한 직무를 재미있는 형식과 아이템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나오는 기업 홍보를 ‘올드’한 정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기업이 직접 유튜브를 통해 회사를 소개하고 구성원들이 출연해 이야기하는 방식은 젊은 층에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