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전 계열사 차원에서 자산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돈 안 되는’ 사업을 정리해 확보한 현금으로 재무 구조를 안정화하고 신사업동력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26일 한국전자금융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업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파트너십을 맺고, 소비자들이 기존 매장 내 ATM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없도록 서비스는 유지할 계획이다. 코리아세븐은 이번 계약으로 약 600억원의 현금을 얻게 됐다. 매각 대금은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사용한다.
롯데그룹은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상경영체제 전환 이후 중장기 성장전략을 바탕으로 비핵심 사업과 자산은 서둘러 정리하는 모습이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12월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됐다. 매각 금액은 총 1조6000억원이다. 비슷한 시기 롯데지주는 롯데헬스케어 법인 청산을 결의했고, 롯데마트 수원영통점과 롯데슈퍼 여의점도 매각됐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2월 들어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자회사 LCPL의 보유 지분 전량을 파키스탄계 사모펀드 투자회사 API와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유통 회사 몽타주 오일 DMCC에 약 979억원을 받고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미수령 배당금까지 합해 1270억원가량을 확보했다. 이달 초에는 롯데웰푸드가 충북 증평군에 위치한 증평공장을 매각했다. 롯데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자산의 실질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작업도 병행 중이다. 롯데 유통사업군은 지난해 4분기 자산의 실질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15년 만에 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 토지 장부가는 17억7000억원으로 직전 대비 9조5000억원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128.6%로 기존(190.4%)에서 60% 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신용등급 향상과 투자재원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것이 롯데 측의 설명이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열린 2025년 상반기 사장단 회의(VCM)에서 고강도 쇄신을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신 회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그룹이 가진 자산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지금의 난관을 돌파하자”며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헤리티지가 있는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촉구했다.
롯데그룹은 인공지능(AI)을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로 보고 혁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그룹 자체 AI 플랫폼 ‘아이멤버’에 기반을 둔 챗봇을 운영하고 사내 업무용 협업 도구에도 챗GPT를 탑재했다. 롯데마트는 일부 과일에 한해 AI 선별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과일 속 상태까지 파악해 품질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