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정몽규(63) 회장의 4선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선거 기간 내내 각종 비판 여론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징계 요구 등 여러 걸림돌을 마주하며 수세에 몰리는 듯했지만, 축구인들의 선택은 정 회장이었다. 나머지 두 후보와 득표 차는 130표에 달했다.
정 회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총 유효투표 183표 가운데 156표로 가장 많은 득표수를 얻어 당선됐다. 허정무(71)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15표, 신문선(66)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는 11표를 받았다. 무효표는 1표다.
이로써 정 회장은 16년간의 장기 집권 체제를 완성했다. 2013년 처음 축구협회장 임기를 맡은 후 이번 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하면서 2029년까지 축구협회를 이끌게 됐다. 임기를 다 채운다면 정몽준(1993~2009년)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함께 역대 최장 기간 축구협회를 이끈 리더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
정 회장은 “이번 겨울은 유난히 길었는데 이제 날씨도 풀리고 축구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며 “커다란 책임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여러분께 약속했던 공약을 하나하나 철저히 지키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높은 지지로 당선된 것에 대한 책임감도 밝혔다. 이날 선거 투표율은 약 95%, 정 회장의 득표율은 약 85%에 달했다. 정 회장은 “지역 축구인들과 젊은 선수들, 감독들까지 투표에 많이 참여해 주셔서 긴장도 됐다”며 “축구인들의 기대에 맞게 더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선 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문체부와의 긴장 관계와 각종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가장 큰 숙제다. 문체부는 지난해 축구협회 감사 끝에 정 회장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축구협회가 이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내면서 정 회장은 가까스로 선거 후보자 신분을 유지했지만 더 시간을 끌긴 어렵다. 문체부가 최근 항소를 결정하면서 축구협회가 정 회장의 징계를 이행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환수하거나 제재 부가금을 징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정부와 관계는 천천히, 오늘이 지나고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겠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방향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축구 팬들의 싸늘한 시선에 대해서도 “결국 (해결의 열쇠는) 소통이 아닌가 싶다”며 “팬들에게도 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잘 설명하면 오해를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선거 후폭풍이 이어질지도 지켜볼 문제다. 이번 선거에서 정 회장과 3파전 구도를 형성했던 야권 후보들이 선거 기간 내내 ‘정권 교체’를 외치며 정 회장의 출마 자격 등을 문제 삼았던 만큼 추후 선거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이 이뤄질 거란 시선도 있다. 이날 당선 기념 현장에 허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