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교육에 영적 색채를 덧입히다

입력 2025-02-26 16:53 수정 2025-02-28 13:47
초등학생들이 경기도 일산의 한 교습소에서 글을 쓰고 있는 모습.

지난 24일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한 교습소. 작은 테이블에 초등학생들이 둘러앉았다. 이들은 교재에 나온 글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눴다. 역사적 사건에서부터 영적인 사안까지, 이야기의 주제는 다양했다. 옆에서 지도하는 교사는 추가 질문들을 던지며 이야기를 심화시켜 나갔다. 특히 영적인 사안에서는 즉석에서 성경을 참고하며 질문하기도 했다. 이후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들을 글로 옮겼다. 30분에 걸친 글쓰기에 이어 교사의 첨삭이 뒤따랐다. 학생들은 첨삭을 받으며 자신이 쓴 글을 다듬어 나갔다.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는 이주은(52)씨는 개척교회인 예그림교회를 섬기는 정민재 목사의 사모이기도 하다. 평소 글쓰기를 즐겨했던 이씨는 작은 공부방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는 것을 소망했다. 더욱이 신앙 교육도 병행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생각했다.

이러한 소망은 ‘로이 논술’을 만나며 이뤄졌다. ‘살피시는 하나님’이라는 뜻을 가진 ‘엘 로이’에서 따온 로이 논술은 일반 교육과는 차별화된 측면이 있다. 이씨는 “교재에 다양한 신앙적 이야기가 제시돼 있는 기독논술 프로그램”이라며 “논술력, 사고력, 영적 능력 등 3중 성장을 도모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교재에는 미국 흑인노예들의 아름다운 신앙 이야기가 제시돼 있다. 흑인들이 짐승같은 노예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게 한 힘은 신앙이었다. 성경 속에서 희망을 찾아냈고 믿음을 실어 흑인영가(찬송)까지 만든 이야기였다. 이를 접한 학생들은 흑인 노예들이 어려움을 견뎌낸 힘의 근원에 대한 자신의 생각, 이를 본받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등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서술하게끔 교육 받는다.

최초의 진화론자로 꼽히는 그리스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의 이야기도 있다. 그는 인간이 스스로 이 세상에 왔다면 실로 무력해서 즉시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좀 더 자활력이 있는, 새끼를 갖는 동물로부터 발전해 왔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야기가 제시된 후 교사는 성경에 나오는 창조론과 비교 설명한다. 그런 다음 학생들에게 두 이론의 차이점, 두 이론 중 어떤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등을 논리적으로 서술하게 한다. 만약 진화론이 옳다고 한다면 신앙적 사고를 할 수 있게끔 교육한다.

교육 급수는 총 8급으로 구성돼 있다. 8·7·6급은 초등학교 저학년, 5·4·3급은 초등학교 고학년, 2·1급은 중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을 받은 정일권(13)군은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서 왔는데. 평소 잘 알지 못했던 하나님과 신앙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어 좋다”며 “오늘 배우고 쓴 내용들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임유준(11)군은 “교육을 받으면서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 역시 하나님과 더 가까워졌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논술 프로그램은 드라마 전원일기 등을 집필한 이해수 작가가 20년 전 아이들을 성경적 가치관에 입각해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다. 이후 권도균 대표가 판권을 구매하고 로이논술클럽이라는 출판사를 설립하며 구체화됐다. 박인순 로이논술클럽 교육부장은 “해마다 교사들을 양성하고 있고 동탄 수원 화성 과천 일산 강남 충주 등 여러 지역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4개 대안학교 교재로도 쓰인다”며 “논술 교육에 영적 색채를 덧입혀 영적 성숙이 동반된 인재를 만들어 나가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일산=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