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가 가요계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일반 아이돌 그룹도 달성하기 어려운 성과를 내면서 대중에게도 버추얼 아이돌의 존재를 알려 나가는 모습이다. 여전히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낮은 편이지만, 표지석을 세우는 플레이브를 필두로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일 발매된 플레이브의 세 번째 미니 앨범 ‘칼리고 파트.1’의 타이틀곡 ‘대시’는 지난주(2월 22일주차)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에 195위로 진입했다. 글로벌 200 차트는 미국 포함 전 세계 200개국 이상 지역의 온라인 스트리밍과 디지털 판매량을 기반으로 순위를 집계한다. 이 차트에 진입한 버추얼 아이돌은 플레이브가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데뷔 2년 만에 앨범 발매 후 일주일간의 초동 판매량이 103만9308장을 기록하며 밀리언셀러가 됐다.
플레이브가 이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건 멤버 개개인의 인간적 매력과 듣기 편한 음악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상의 캐릭터와 그 뒤에 있는 인간 본체의 매력이 더해지면서 팬들과 정서적 교류를 한 게 주효했다.
이들이 큰 성과를 거두며 버추얼 아이돌 후발 주자도 여럿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데뷔한 이오닛은 음악 방송 ‘더쇼’에 출연했고, 올해 데뷔를 앞둔 스킨즈는 데뷔 전임에도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를 통해 첫 자작곡인 ‘돌아오는 길’을 공개했다. 전 판타지오 창업자 나병준 대표가 제작한 첫 번째 버추얼 아티스트인 아이시아도 올 상반기 데뷔 소식을 알렸다.
이처럼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가요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달리, 아직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대중의 인식엔 심리적 장벽이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김신영이 라디오에서 플레이브를 두고 한 발언이 단적인 예다. 그는 ‘대시’를 듣고 소감을 밝히면서 “(플레이브가 라디오에 출연하면) 현타(현실을 자각하는 시간) 제대로 올 것 같다”고 했다. 이 발언으로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자 김신영은 곧장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직 플레이브를 비롯한 버추얼 아이돌이 깨나가야 할 선입견의 벽은 높다. 하지만 가요계에선 버추얼 아이돌이 인간 아이돌과 직접 경쟁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본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26일 “깃발을 꽂으며 앞으로 나가고 있는 플레이브가 버추얼 아티스트 영역에선 방탄소년단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며 “K팝도 초기엔 세계관 같은 요소가 대중으로부터 희화화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받아들여진 것처럼 버추얼 아티스트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