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출산정책, 영국이 주목했다…3년간 인구 증가·출산률 15% 상승

입력 2025-02-26 12:26
정인화 광양시장이 더 타임스와 출산정책에 대한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전남 광양시의 출산 지원 정책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3년간 인구가 증가해 현재 15만4000명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는 880쌍의 부부가 결혼해 전년도 대비 26%나 증가했다. 이 기간 신생아도 941명 태어나면서 13%나 늘었다.

저출산 등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가 유럽의 흑사병보다 더 심각한 재앙이 될 수 있다는 해외 매체의 섬뜩한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더 타임스가 지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하는 전남 광양시를 조명했다.

더 타임스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 소멸 출산율 위기를 역전시킨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광양시의 인구 증가세에 대해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20대 후반에 대한민국 남쪽의 항구도시 광양에 정착해 아이를 양육하는 프리랜서 이벤트 기획가 박하나씨를 소개하며 저출산 문제에 대처하는 광양시의 임신·출산 지원책 등을 분석했다.

더 타임스는 “그녀는 자신의 세대에서는 결혼은 단지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으며, 많은 독신자들이 결혼은 너무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커리어를 중단한다면, 이후에 비슷한 수준의 일자리를 찾는 것이 가능할지는 불분명하기 때문에 결혼을 고민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그녀의 생각을 바꾼 결정적인 요소는 박씨가 현재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남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 ‘광양’이었다”고 소개하면서 “광양은 유명하거나 화려한 곳이 아니다. 철강 공장과 다른 중공업의 도시, 수도인 서울의 세련미와는 거리가 멀지만 한 가지 점에서 돋보인다”면서 부부가 아이를 갖도록 장려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체는 “박씨가 이제 풍부한 무료 의료, 보조금, 무료 진료 및 다양한 서비스의 수혜자가 됐다”면서 “가임 및 선천적 결함에 대한 검사, 태아기 관리, 20만원의 교통비, 임신 확인 시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더 타임스는 “그녀의 딸 도혜는 이제 10개월이 됐다. 프리랜서로서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광양시의) 저출산과 결혼 장려정책이 없었다면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갖는 순간,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다. 일은 돈을 버는 수단이지만, 자기 계발과 자기표현의 수단이기도 한다”고 말한 박씨의 말을 전했다.

특히 “광양시가 제공하는 희망은 강력한 정책 시행을 통해 출생률 감소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정인화 광양시장의 인터뷰도 내보냈다.

정 시장은 더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가적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극복 가능한 문제다”고 강조했다.

더 타임스는 출산율이 감소하면 지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단순히 인구수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조건을 악화시켜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한 뒤 “출생률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만약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2750년에 마지막 한국인이 사망할 것이며, 이는 세계 최초의 자멸이라는 예측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The Lancet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주요 서구 국가들에서 출산율이 급락했다. 영국의 경우, 1950년 2.19였던 총출산율이 2021년에는 1.49로 떨어졌다. 연구는 2050년에는 1.38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 시점에는 전체 국가의 4분의 3이 인구 감소를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이탈리아는 16년 연속 출산율 감소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며 국가적 비상사태로 간주됐다. 일본 역시 전년도 대비 5.1% 감소해 1899년 정부 기록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각국에서는 늘어나는 연금 비용과 줄어드는 젊은 근로자 풀로 인해 노인을 부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역시 지금까지 암울한 상황을 겪어왔다. 2023년은 출생보다 사망자가 더 많았던 네 번째 연속 해였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만약 여성 1인당 자녀 수가 1.19명으로 높아진다고 해도, 현재 5200만 명의 인구는 2056년까지 4000만 명, 2136년에는 10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 타임스는 이번 보도를 통해 광양시가 펼치고 있는 출산 지원 정책이 지속적으로 더 세심히 시행될 시 인구 감소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광양시는 전남 22개 시군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인구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1637명, 2023년 498명, 2024년 226명이 늘어났다.


광양=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