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시장 바라보는 K-방산, 미국이 변수…트럼프發 리스크 대비해야

입력 2025-02-26 05:00

국내 방산업계가 중동 시장에서 연이은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방산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미국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전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동에 ‘공격형 무기’ 수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약 74억 달러(약 10조6005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 계획을 승인했다. 판매 목록에는 두께 2m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초대형 폭탄 BLU-109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도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80억 달러(약 11조4600억원) 규모의 무기를 판매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중동 지역에 공격형 무기 수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방어형 무기뿐만 아니라 공격형 무기까지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행정부는 사우디와 UAE 등 일부 중동 국가들에 대해 방어형 무기 수출만 승인해왔다.

문제는 중동 방산 시장에서 한국산 무기와 미국산 무기가 경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중동 시장에서 K-방산과 미국이 경합할 경우 미국은 당연히 자국(미국)의 국익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시절 카타르 국왕을 “우리로부터 많은 장비를 구입하는 신사”라고 표현하거나 사우디 왕세자에게 “왕국의 부를 미국과 공유해줘서 감사하다. 사우디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군사 장비를 구매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중동 시장에서 무기 판매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K-방산에도 ‘오일 머니’를 가진 중동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시장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면서 무기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방산업체들은 지난해 중동 시장에서 천궁-Ⅱ·다기능레이다(MRF)·수리온 헬기 등의 공급 계약을 따내며 ‘K-방산’의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중동 지역 최대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에 국내 주요 방산업체 대표들이 대거 참석한 것도 중동 시장의 중요성을 반영한 행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가진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 교수는 “미국의 방위산업 기본 전략서에 우방국과의 전략적 안보 파트너십 강화가 명시되어 있다”며 “미국이 취약한 해군 군함 건조나 함정 MRO 사업 분야에서 국내 조선업체들이 받고 있는 관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중동 시장에서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K-방산은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제품 품질을 갖추고 있다”며 “중동 시장에서 현지 생산기지 설립 등 절충 교역 요구에 미국 업체들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