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운명을 결정할 소송이 시작됐다. 송유관 관련 기업으로부터 3억 달러(약 43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그린피스는 패소할 경우 파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BBC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송유관 기업 에너지 트랜스퍼가 그린피스를 대상으로 노스다코타주 법원에 제기한 3억 달러 규모의 손해 배상 소송 절차가 배심원 선정을 시작으로 본격 시작됐다. 이어 약 5주 동안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트랜스퍼는 2016년과 2017년 그린피스가 송유관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재정적 피해를 주고, 직원과 인프라에 물리적 피해를 입히고, 에너지 트랜스퍼의 ‘다코타 액세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방해하고 저지하기 위한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이 소송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피스 미국사무소의 수석 법률 고문인 디파 파드마나바는 “이 소송은 그린피스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넘어 시위 참가자가 다른 사람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위험한 법적 판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며 “시위에 참여하려는 모든 사람에 대한 위축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재판을 담당하는 노스다코타주가 미국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주라는 점에 있다. 더그 버검 전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내무 장관을 맡고 있다. 에너지 트랜스퍼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켈시 워런도 트럼프의 주요 기부자 중 하나다. 그린피스는 이 때문에 공정한 심리를 받을 수 없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린피스가 보수적인 노스다코타주에서 배심원단의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해당 재판의 피고로는 그린피스 미국 사무소뿐 아니라 워싱턴DC에 본사를 둔 그린피스 펀드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그린피스 인터내셔널까지 지목된 상태다. 또한 3억 달러는 그린피스 연간 예산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패소 시 그린피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린피스는 성명을 통해 “우리가 패소하면 그린피스 미국 사무소는 재정적으로 파산할 수 있으며 50년 이상의 환경 활동이 끝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