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경쟁의 굴레에 내던져지는 나이가 점차 어려지고 있다. 성인에서 학생으로, 학생에서 미취학 유치원생으로. 앞만 보고 달릴 것을 강요받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셈이다. 날이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지는 유아 사교육 현장이 드라마 소재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는 3일 ENA에서 첫 방송되는 드라마 ‘라이딩 인생’은 만 5, 6세 아이들이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보는 입학테스트인 ‘7세 고시’와 자녀의 ‘학원 뺑뺑이’를 위해 온 가족이 학원 라이딩에 나선 사교육 현장을 그렸다. 딸의 ‘7세 고시’를 앞둔 워킹맘 정은(전혜진)이 엄마인 지아(조민수)에게 학원 라이딩을 맡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간 대치동 학원가의 청소년 사교육 현장은 드라마 소재로 자주 등장했지만, 유아 사교육을 전면에 내세운 건 없었다. 하지만 ‘7세 고시’에서 시작해 의대 입시 전쟁으로 이어지는 사회의 단면이 조명을 받으며, 유아 사교육은 더 이상 낯선 현상이 아니게 됐다. 코미디언 이수지가 대치동 엄마를 패러디한 ‘제이미맘’ 영상이 최근 큰 화제가 된 것이 일례다.
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라이딩 인생’ 제작발표회에서 김철규 감독은 “예비초 유치원생들이 토익 문제집을 풀고, 영국 왕 조지 6세 연설문을 낭독하고, 니체의 철학을 원어민과 영어로 토론하는 모습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며 “‘우리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드라마의 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라이딩 인생’은 치열한 유아 사교육 현장을 다루지만, 그 안에서 잃지 말아야 할 가치를 조명한다. 매일 아등바등 살아가는 정은과 졸지에 황혼 육아를 시작하게 된 지아의 관계에서 이런 메시지가 드러날 예정이다. 조민수는 “사회가 경쟁 구도 안에서 앞으로 달려가는 방법만 배우다 보니 주변 사람을 치기도, 내가 다치기도 한다”며 “작품을 촬영하면서 ‘가끔 쉬면서 소중한 걸 놓친 건 아닌지 돌아보고, 소중한 걸 다시 주머니에 넣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라이딩 인생’은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전혜진, 조민수의 출연으로도 주목받았다. 전혜진은 “정은을 비롯해 모든 엄마를 응원하고, 격려해주고 싶었다”며 “길이 조금 어긋날 수도 있고, 후회할 때도 있겠지만 뭐가 됐든 당신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응원하고 싶다. 시청자들이 ‘라이딩 인생’을 보며 격려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