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51억원 상당 전략물자 불법 수출·자금세탁 적발

입력 2025-02-25 14:42
미국산 전략물자 불법수출 거래도. 부산세관 제공

관세청 부산세관은 정부 허가 없이 수출 통제 대상인 미국산 고성능 반도체를 홍콩으로 불법 수출한 혐의로 40대 A씨를 관세법, 대외무역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부산지방검찰청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세관 조사 결과 A씨는 2020년 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2회에 걸쳐 미국산 고성능 반도체인 ‘AD컨버터’ 3만6000개, 시가 51억원 상당을 홍콩으로 불법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D컨버터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로, 고성능 제품은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어 전략물자로 분류돼 수출이 엄격히 통제된다.

A씨는 국내 기업에 반도체를 납품하는 B사의 대표로, 자신의 회사가 직접 처벌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차명으로 수입·수출 법인을 설립해 미국산 고성능 반도체를 수입한 뒤 홍콩으로 수출했다. 특히 수출 물품이 전략물자임을 숨기기 위해 품명을 인쇄 회로 기판(PCB)이나 저가 반도체로 위장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가격의 1% 수준으로 신고해 수출 허가를 피했다.

또 A씨는 불법 수출로 발생한 범죄수익 51억원을 세탁하기 위해 폐기 대상인 PCB을 고가로 조작해 홍콩으로 수출하고, 이를 정상적인 거래 대금으로 위장해 대금을 회수했다. 저가 반도체로 위장한 물품에 대해 정당한 대금을 송금받기 어려웠던 그는 고가 PCB 수출 명목으로 거액의 자금을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세관은 A씨가 범죄수익을 빼돌릴 가능성을 우려해 부산지방법원에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으로부터 A씨의 고가 아파트에 대한 가압류 결정을 받아 범죄수익 환수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훈재 부산세관 조사총괄과장은 “이번 사건은 전략물자 범죄와 관련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가 이뤄진 첫 사례”라며 “앞으로도 범죄로 얻어진 불법 수익을 철저히 추적해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