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요즘 피로사회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고 축소사회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아울러 인공지능은 일자리를 빼앗는 현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런 순간일수록 ‘돌봄’의 가치를 희망해야 합니다.”
허요환 안산제일교회 목사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이기용 목사)에서 열린 ‘국민일보 목회자포럼’에서 이 같이 말하며 “애정과 우정, 다정함의 관계가 피어나는 사회를 만들어 갈 때 기후위기와 수축경제 등의 시련을 넘어 적정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돌봄설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에 나선 허 목사는 교회가 정서적인 돌봄의 문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앙의 공동체가 성경에서 강조하는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허 목사는 타인을 향한 돌봄을 위해서는 ‘자기 돌봄’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 관리, 즉 자기 돌봄은 절대로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면서 “이는 남을 위해 사용하도록 세상에 가지고 태어난 은사를 선한 청지기로서 잘 관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자아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필요한 보살핌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스스로는 물론 관련을 맺고 있는 다른 이들의 삶까지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공동체적 돌봄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교회 공동체 속에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설교자의 돌봄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게 허 목사의 제언이다.
허 목사는 돌봄설교를 두고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해리 에머슨 포스딕(1878~1969) 목사의 설교 접근법과 구분을 지었다. 그는 “포스딕의 설교는 개인적 치유와 실용성에 중점을 두지만, 돌봄설교는 설교의 신학적 깊이와 공동체적 사명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설교자들이 돌봄설교를 전할 땐 수사학(연설의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적 전략인 ‘청중과 동일시의 과정’ ‘상호 협력으로의 초대’ ‘변화의 영감’ 등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허 목사는 말했다.
그는 “설교자는 청중의 삶의 경험, 고민, 정체성을 이해하고 이를 설교 내용과 연결하면서 청중과의 동일시를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교자가 청중과의 수평적 관계, 공동 탐구, 변화의 초대를 통해 진정한 영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이러한 접근은 특히 오늘날 개인화된 신앙 여정과 삶의 적용을 중시하는 현대 회중에게 효과적인 수사적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