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화공포럼’에 초청돼 ‘APEC 정상회의와 지속가능발전’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번 ‘화공포럼’은 경북도가 오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 행사의 의미를 이해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 마련했다.
강연에서 반 전 총장은 ‘세계시민 정신’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이 회의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철우 경북지사와 경북 공무원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며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 때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그는 “부산 APEC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미국 부시 대통령 간 정상회의가 열렸으나 북한의 위조지폐 사건에 대한 대처를 놓고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경주 행사에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강연 내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비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눈길을 모았다.
반 전 총장은 “트럼프가 취임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면서 유럽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고 한국 등 전통 동맹조차 돈을 주고받는 관계로만 알고 있다”며 “작년 11월 7일 트럼프가 윤대통령과 첫 통화 때 한국의 조선업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유지·보수·정비에서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지금의 탄핵정국으로 이 일이 잘 안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가 우리를 머니머신이라고 하고 미군 주둔비로 연 100억 달러씩 달라고 이야기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경제 문화 강국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 가치를 기반으로 거래하되 국익을 우선으로 줄 것 주고받을 것 받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외교만으로 안 된다. 경제단체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자긍심도 강조했다.
그는 “2차 대전 후 개발도상국 중 OECD로 올라간 나라는 우리뿐이다. 우리보다 잘 사는 싱가포르도 아직 개도국이다. 우리의 수출지향 정책과 과학 발전으로 이렇게 됐다. 개도국 중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뀐 유일한 나라”라며 “이런 점은 나도 이해가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북한의 관계를 주시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에 대해 “김정은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무책임하게 얘기한다. 국제사회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트럼프는 핵보유국이라고 해 어리둥절하게 한다”며 “그러나 이시바 일본 총리가 백악관 회담 때 핵보유국 인정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북의 완전한 비핵화가 원칙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협상 아닌 실전용이라 이야기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 원칙에 대해선 여야 간 차이가 없어야 한다” 강조했다.
경주 APEC의 성공 개최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2005년 부산 행사와 2025년 경주 행사의 차이는 트럼프가 재집권 했다는 것”이라며 “트럼프로 인해 국제사회의 자유무역 질서가 교란되고 있어 경주 APEC의 전망을 무겁게 한다. 그러나 경주는 1000년 도시이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정상회의는 이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행사는 경북과 경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체의 문제다. 회원 중 3대 경제대국이 있다. 이들의 완전한 참석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트럼프 참석을 확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는 외교당국이 할 것으로 본다. 시진핑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초청해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만큼 참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유엔 총장하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2015년 전 세계 지도자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이끌어낸 것”이라며 “지구 온도를 2050년까지 1.5도 이상 올리면 안 된다는 데 협정을 했으나 작년에 이미 1.5 이상 올라 안타깝다. 앞으로 기후위기를 막는 데 인류가 온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