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맞은 24일(현지시간) 유엔(UN)에서 상반된 성격의 두 가지 결의안이 각각 제출돼 통과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러시아의 전쟁 책임을 거론하지 않는 미국 주도의 결의안이 채택됐고, 총회에서는 러시아를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우크라이나 제안 결의안이 가결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 미국이 제안한 결의안에 대해 표결을 해 15개 이사국 중 찬성 10표, 반대 0표, 기권 5표로 가결 처리했다. 미국의 결의안은 러시아의 침략은 언급하지 않은 채 분쟁의 신속한 종식,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항구적 평화를 촉구했다.
유럽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대신 기권했다.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 니콜라스 드 리비에르는 “프랑스는 피해자의 항복이 아니라 공정한 평화를 지지한다”며 “공격이 보상받고 정글의 법칙이 승리한다면 어디에도 평화와 안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임 이사국인 한국은 찬성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표결 후 발언 “미국이 제안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주권국가를 상대로 한 침공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규탄 내용을 담은 우크라이나 제안 결의안이 찬성 94표, 반대 18표, 기권 65표로 가결 처리됐다. 이 결의안 표결에선 미국은 러시아와 헝가리, 이스라엘, 아이티 등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한국은 찬성표를 던졌다. 이 결의는 우크라이나전쟁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략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의 전쟁 범죄 책임을 묻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뉴욕타임스는 “총회와 안보리 모두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가까운 동맹국들이 서로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는 러시아와 유럽 안보 문제에 대해 늘 단합된 입장을 보여온 국가 간에 공개적인 균열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