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 강조에, 마크롱 “안전보장 없는 휴전 안 돼”…미묘한 시각차

입력 2025-02-25 08: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안보 보장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의 방점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확보에 있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종전에 초점을 맞추면서 미묘한 이견도 드러났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해 유럽이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방안에는 뜻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3년을 맞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는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제 이 유혈사태를 끝내고 평화를 복구할 때”라며 “나는 마크롱 대통령과 여러 중요한 이슈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 (종전의) 적기이며 어쩌면 유일한 시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회담 직전에도 취재진에 “우리가 현명하다면, 수주 안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크롱은 회견에서 “평화가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의미해서도, 안전 보장이 없는 휴전을 의미해서도 안 된다”며 “우리는 빠른 평화를 원하지만, 약한 협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와 휴전에 대해 길게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하며 “방에 있는 누구도 강한 자가 법을 지배하고 아무나 국경을 침범할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종전 뒤 우크라이나에 유럽의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데에는 뜻을 모았다. 마크롱은 회담 전 “우리의 공동 목표는 우크라이나에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특히 유럽국가의 평화유지군 파병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인들은 우크라이나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기에는 평화가 존중되는지 감시하는 군대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전선에 배치되거나 분쟁에 참여하지 않고 평화가 지켜지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유럽의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며 “협정이 완료되면, 평화유지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모든 것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광물협정 서명을 위해 이르면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날 것이다. 사실 그는 이번 주 또는 다음 주에 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올 수도 있다”며 “지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거의 최종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희토류와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포함하는 협상이 될 것”이라며 “그(젤렌스키)가 여기 와서 서명하고 싶어한다고 알고 있다. 그것은 좋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선 “적절한 시기에 모스크바를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에 맞춰 방문하는 것에 대해선 “조금 이른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는 푸틴도 독재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난 그런 단어를 가볍게 쓰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가 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하지만 마크롱은 우크라이나전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벌어진 전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크롱은 유럽이 동결 중인 러시아 자산과 관련해 “이 전쟁은 우리 모두에게 많은 돈을 들이게 했다. 그리고 이것은 러시아의 책임”이라며 “침략자가 러시아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동결된 자산도 협상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협정을 지지하며 “이것은 미국의 강력한 개입을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또 “미국과 프랑스는 항상 같은 편, 즉 옳은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었다. 마크롱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 뒤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하는 등 트럼프를 높이 평가했다. 트럼프도 마크롱이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재건에 기울인 노력을 언급하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두 사람은 수차례 악수를 하고 스킨십도 주고받았다.

다만 회담 전 트럼프가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돈을 빌려주고 있다. 그리고 돈을 돌려받고 있다”고 말하자, 마크롱은 트럼프의 팔을 정중하게 건드리며 “아니다. 우리가 지불한 것”이라고 말을 끊기도 했다. 트럼프는 웃으며 “그렇게 생각한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