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 스키 세계 최강자 미케일라 시프린(30·미국)이 마침내 사상 첫 100회 우승 금자탑을 세웠다. 시프린을 제외하면 남녀 통틀어 이 종목에서 90승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없어 한동안 이 대기록의 주인공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시프린은 23일 이탈리아 토리노 인근 세스트리에레에서 열린 2024-2025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여자 회전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50초33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약 3개월 만에 승수를 쌓은 시프린은 이로써 FIS 알파인 월드컵 사상 최초의 100승 위업을 달성했다. 전날 대회전 경기에서 12년 만에 1차 시기 탈락이라는 부진을 겪었으나 이번에는 2위 즈린카 류티치(크로아티아)를 0.61초 차로 제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지난해 얻은 부상 탓에 100승 고지를 앞두고 카운트다운이 길어지던 차였다. 시프린은 지난해 11월 레이스 도중 부상을 당해 99승을 달성한 후 3개월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당시 레이스 막바지에 안전망에 공중제비를 돌며 추락하면서 복부에 구멍이 뚫리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후 시프린은 근육 내 출혈을 제거하는 혈종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꽤 오랜 기간 부상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달 초 열린 세계선수권에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며 대회전 경기에 뛰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날은 부상을 털어내면서 기다렸던 100승 왕좌에 올랐다. 시프린은 회전에서 63승을, 대회전에서 22승을 수확했다. 스피드 종목인 활강에서 4승, 슈퍼대회전 5승을 쌓았으며, 알파인 복합에서 1승, 토너먼트 형식의 평행 경기에서 5승을 보태 100승을 채웠다.
한동안 스키계에선 시프린의 위업을 뛰어넘을 이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남녀 스키 선수를 통틀어도 우승 횟수에서 시프린과 격차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1970~80년대 활약한 잉에마르 스텐마르크(스웨덴)가 86승으로 남자 최다승 기록 보유자이고, 2019년 은퇴했다가 올해 복귀한 린지 본(미국)이 82승으로 최다승 부문 여자 2위이자 전체 3위이다.
시프린은 경기 후 “이런 이정표에 대해 꿈꾸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너무 큰 꿈이고, 이루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면서도 “항상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지려고 노력해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