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노장’의 끝나지 않는 금빛 질주… 이승훈, 7년 만 월드컵 金

입력 2025-02-24 15:23
이승훈이 24일(한국시간) 폴란드 토마슈프마조비에츠키의 로도와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후 기뻐하고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 SNS 캡처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전설’ 이승훈(37·알펜시아)이 7년 만에 월드컵 정상에 섰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중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운 데 이어 곧바로 월드컵 금메달까지 따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승훈은 24일(한국시간) 폴란드 토마슈프마조비에츠키의 로도와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7분48초05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승훈의 올 시즌 첫 월드컵 메달이자, 2017-2018시즌 미국에서 열린 4차 대회 이후 7년여 만에 따낸 금메달이다.

매스스타트는 출전한 모든 선수가 별도의 레인 없이 동시에 출발해 총 16바퀴(총 6400m)를 도는 장거리 종목으로, 일부 구간 순위에 따라 스프린트 포인트를 부여한다. 이승훈은 이날 스프린트 포인트 60점을 얻어 네덜란드의 바르프 홀버르프(7분48초50·스프린트 포인트 40점),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조반니니(7분48초56·스프린트 포인트 21점)를 따돌렸다.

이날 경기에선 베테랑다운 노련한 경기 운영이 빛났다. 이승훈은 레이스 초반엔 후미에서 체력을 비축하며 결승선을 4바퀴 남길 때까지 16위에 머물렀다. 결승선을 두 바퀴 남겼을 때는 속도를 끌어올려 순식간에 3위로 치고 나왔다. 이어 마지막 바퀴 첫 번째 곡선주로에서 선두로 올라선 뒤 격차를 더 벌려 우승을 확정했다.

나이가 무색한 기량으로 한 번 더 빙속계를 들썩이게 했다. 이날 이승훈과 선두 경쟁을 펼쳤던 일본의 사사키 쇼무는 2006년생으로 이승훈보다 18살이 어리다. 띠동갑을 넘어서는 젊은 선수들 틈에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이승훈은 한국 빙속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선수다. 2010 밴쿠버부터 2022 베이징까지 네 번의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냈고, 직전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선 한국 선수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신기록(9개)을 세우기도 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