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예사랑교회(김바울 목사)는 3년 전 개척된 교회로 10여명 성도들이 출석하고 있다. 성도들 대부분 70대 이상인 고령이지만 교회는 ‘국제의료센터’를 통해 해외 선교지에 의약품을 보내는 사역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교회는 가리봉동에 거주하는 외국인 등 소외 이웃을 위한 사역에도 정성을 쏟는다. 교회 앞에는 ‘사랑의 쌀독’과 ‘나눔 공유냉장고’가 있는데 사랑의 쌀독에는 한 끼 식사가 어려운 이웃들이 부담 없이 쌀과 라면, 생필품 등을 가져갈 수 있도록 비치했다. 나눔 공유냉장고에는 집배원 택배기사를 위해 언제나 시원한 음료수가 구비돼 있다.
김바울 목사는 병원에서 근무한 이력을 살려 중국 선교사로 북한 사역 및 의료품 전달 사역 등을 하다 2022년 중국 당국으로부터 추방됐다. 한국에 귀국한 그는 교회를 개척해 선교지에서 못다 한 사역을 이어갔다. 지난해만에도 국내에 방문한 150여개국 300여명의 선교사들에게 기증받은 의약품을 전달했다.
“오래된 차량이라도” 8개월만에 기도 응답
김 목사는 선교사로 활동할 당시 렌트카를 사용하다 해외로 이주하는 후원자가 기부한 작은 차량을 2년간 사용했다. 하지만 작은 차량으로는 의약품과 지역주민을 위한 생필품 등의 운반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김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모임에서 만난 미션카선교회 대표 이주헌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라도 저희에게는 소중한 선교 도구입니다. 기도하며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기도는 8개월 만에 응답받았다. 예사랑교회는 미션선교회를 통해 34번째 미션카를 기증받았는데 기증 교회는 경기도 의왕 부곡감리교회(홍병수 목사)다. 부곡감리교회는 1945년 11월 해방의 기쁨과 함께 창립된 이후 복음 전파와 지역사회 섬김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미션카 기증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선교적 나눔을 실천했다.
홍병수 목사는 “교회 성도들은 부곡 지역의 모교회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국내외 선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며 “지난달 한국교회의 일원으로 미션카 34호차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성도들의 기도와 섬김 덕분”이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지난 3일 기증식 이후 미션카 차량으로 한결 수월하게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부곡감리교회가 큰 선물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미션카가 거동이 불편한 성도님들의 발이 되어 현장에서 잘 사용되고 있다. 더욱 힘을 내 땅끝까지 복음 전파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교에서 시작, 초교파로 확장된 미션카 사역
미션카선교회는 2020년 3월 1호차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내 작은교회에 34대 미션카를 보내며 선교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는 사역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감 내에서 작은 운동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교파를 넘어 전국 사역으로 확장됐다.
작은 교회를 위한 차량 지원은 한국교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이다. 사랑의교회, 연세중앙교회 등 대형교회에서 진행하는 행사에서 1등 상품으로 승합차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성도 심방, 전도 물품 운반 등 많은 사역이 승합 차량을 통해 이뤄지는데 어려운 교회일수록 차량 구입이 녹록지 않은 점을 반영한 것이다.
시골교회의 경우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성도들을 모시고 교회를 비롯해 병원 등에 갈 수 있도록 하는 차량 사역은 중요하다. 중소 도시에 있는 교회는 수도권에 비해 교통이 불편해 목회자들에게 승용차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존 웨슬리도 ‘말 타는 사역자’ 사역하려면 기동성 필수
이처럼 열악했던 사역이 활기를 띠려면 기동성을 갖추는 게 필수다.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1703~1791)는 52년간 잉글랜드와 주변의 모든 섬들, 그리고 웨일즈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전역에서 복음을 전했다. 평생 거의 매일 두세 지역을 방문해 설교했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하루에 100km 정도의 말을 타거나 걸어 다니며 복음 전파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이주헌 선교회 대표는 “중고 승합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거나 폐차되는 현실을 보며 조금만 더 활용하면 선교 현장에서 귀하게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션카 사역은 결국 교회 선교의 영역이 넓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