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지난해 사상 최저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지난해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출산을 선호하는 ‘용띠 해’였지만, 처음으로 출산율 상승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23일 대만 자유시보와 테크뉴스 등에 따르면 대만 국가발전위원회(NDC)는 최신 인구 추정 보고서에서 지난해 신생아 수가 13만4856명으로 집계돼 2016년(20만8440명) 이후 9년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신생아 수는 2040년 이후 10만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자유시보는 “용띠 해인 지난해 중국과 한국의 신생아 수는 반등했지만, 대만만 감소했다”면서 “대만에서 용띠 해 효과가 없었던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20만2107명으로 6만7251명이 자연 감소했지만, 이민 등으로 4만7029명이 유입돼 전체 인구는 2만222명 감소한 2340만2200명을 기록했다. 전체 인구는 5년 연속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2023년 0.87명에서 지난해 0.86명으로 떨어졌다. 대만의 합계출산율은 1984년 2.1명(인구 유지선) 아래로 내려간 후, 2001년 1.5명 이하(초저출산 기준)로 하락했고 2020년 이후 1.0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테크뉴스는 “집값 급등, 임금 정체, 물가 상승이라는 현실 앞에서 젊은이들이 결혼과 내 집 마련을 포기했다”면서 “경제적 압박과 생활비 증가로 육아를 감당하기 어려워져 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대만은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16년 3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말에는 450만명에 도달해 지난 8년간 약 50% 증가했는데 이들 세대의 노동참여율 추이는 정체돼 있다. 고령 인구의 노동참여율은 2016년 8.6%에서 지난해 말 9.9%로 1.3%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베이비붐 세대인 50∼60대의 법적 퇴직 연령(65세)이 다가옴에 따라 15∼64세 노동연령 인구는 2040년쯤 1317만명(총인구의 60.9%)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노동연령 인구 1617만명(69.1%)보다 약 300만명 감소한 것으로 매년 연평균 20만명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노동연령 인구는 2050년 1060만명(53.8%), 2070년 697만명(46.6%)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대만의 총인구도 2049년 2000만명 이하로 낮아질 전망이다.
자유시보는 “이들 추계는 합계출산율이 1명으로 소폭 상승하는 것을 가정한 것”이라며 “실제 합계출산율인 0.8명대를 적용하면 더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짚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