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K-라이스벨트’ 사업이 공전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 한국산 쌀과 농업기술을 보급하는 사업인 K-라이스벨트 사업의 올해 신규 예산은 ‘0원’이다. 사업 참여 의향을 내비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지만 추기 지원이 없는 상태인 셈이다. 이에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관심이 시들해진 탓 아니냐는 분석마져 나오고 있다.
24일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K-라이스벨트 사업은 7개국이 대상이다. 가나 감비아 기니 세네갈 우간다 카메룬 케냐에서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각 국마다 5개년 계획을 세웠다. 가나의 경우 2023년부터 사업이 시작돼 2027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나머지 국가는 지난해 사업 첫 삽을 떴고 2028년까지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7개국에 5년간 투입되는 예산은 모두 635억원이다.
K-라이스벨트 사업은 한국 정부가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구체화됐다. 2022년 당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담담하며 엑스포 유치전에 힘을 보탰다. 이 때 함께 논의한 국가 간 농업협력 의제가 공식 사업으로 격상했다. 아프리카에 생산성 높은 한국산 벼 품종을 보급하고 농업 기술도 전수하는 사업에 예산까지 투입하기로 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아프리카 기아를 해결하고 한국산 농기계 수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 사업은 2023년까지만 해도 10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7개국 대상 구체적 사업까지 수립하면서 활기를 띄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확장성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한국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통해 MOU 체결국은 4개국 더 늘었지만 올해는 신규 사업이 없다. 지난해 예산(133억원)과 올해 예산(169억원)에는 기존 7개국 대상 예산 만이 담겨 있다.
K-라이스벨트 사업을 더 키우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국내적 요인이 꼽힌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먹거리 물가 논란에 농식품부가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릴 여력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예산 확보 실패 이유로도 거론된다. 농식품부 내부적으로는 “물가 대응하느라 정책에 할애할 정신도 없을 지경”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유력해지면서 향후 사업이 지속될 지도 불투명하다. 자칫 한국산 쌀 품종 세계화와 농기계 수출 확대라는 구상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산 당국에서 7개국 사업을 먼저 해보고 평가한 뒤 추가 사업을 하자고 한 것”이라며 “사업을 더 안 늘리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송옥주 의원은 “K라이스밸트는 기아를 극복해서 인류사회에 공헌하고자 했던 국제사회와의 약속이었던 만큼 지원 협약을 맺은 모든 국가들에 대한 책임있는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