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배터리 재고, 광물 가격 추락…이차전지 업황 회복 언제쯤

입력 2025-02-24 05:00 수정 2025-02-24 06:45

중국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재고가 쌓이고, 글로벌 배터리 핵심 광물 생산량이 증가해 리튬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지는 등 아직 이차전지 업황 회복이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수요 침체와 맞물린 광물 가격의 내림세는 판가 하락, 재고 평가 손실 등으로 이어져 배터리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다.

24일 시장조사 기관 윈드(WIND)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량 가운데 재고가 차지하는 비중(재고 비율)은 지난 1월 54%를 기록했다. 윈드가 재고 비율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22년 6월 이후 월간 최고치다. 지난 2023년 1월 15%, 2024년 1월 38%였던 중국의 월간 전기차용 배터리 재고 비율이 급격히 치솟은 것이다. 지난 1월 중국 내 배터리 생산량은 전년 대비 65% 늘어났는데 장착량 및 수출량은 23% 증가에 그친 결과다.

중국 내 배터리 재고 증가는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심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에서 남아도는 배터리를 브라질 태국 이스라엘 호주 등에 저가로 수출하며 자국 내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 배터리 셀 기업들의 점유율은 이에 밀려 계속 쪼그라드는 중이다.

광물 가격 추가 하락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리튬 가격이 추락하며 수익성이 악화한 광산 업체들이 올해는 리튬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던 시장의 예상과 달리 증산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학회의 지난 1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순수 리튬 생산량은 24만t으로 지난해보다 18% 증가했다.

CATL은 지난해 9월 중단했던 중국 장시성 리튬 광산 채굴을 4개월 만에 재개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격 수준에서 재가동을 결정했다는 것은 이 정도 가격이라면 배터리 생산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비용 감당이 되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공급 축소로 인한 리튬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리튬 수요의 약 90%를 차지하는 전기차 산업의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리튬 공급마저 계속 늘면 광물 가격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리튬은 전기차 시장의 개화와 함께 ‘하얀 석유’로 불리며 지난 2022년 11월 가격이 ㎏당 581위안까지 올랐다. 하지만 업황 악화가 가시화한 2023년부터 가격이 급락해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70위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장 연구원은 “중국 배터리 재고 상황과 글로벌 리튬 공급 현황을 따져 보면 이차전지 업황 회복 기대감은 실현되기 쉬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