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에 위치한 도시 미콜라이우(Mykolaiv)의 아이들은 2022년 러시아가 전쟁을 선포한 직후, 가장 먼저 미사일 소리를 들은 이들 중 하나였다. 이 지역에서 사역하는 제일침례교회 비아체슬라프 나히르니악 목사는 “이제는 고아가 된 많은 아이들이 미사일이 머리 위를 지나가는 소리만으로도 그것이 어떤 종류인지 구별할 수 있다”고 밝히며 전쟁이 어린이들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증언했다.
나히르니악 목사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테네시에 본부를 둔 기독교 교육 및 자선 단체 ‘미션 유라시아(Mission Eurasia)’가 주최한 대표단 회의에 참석했다. ‘미션 유라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장벽 없는 학교 17곳을 운영하며 구호 활동을 펼치며 복음을 전하는 단체다. 방문 기간 동안 미국 남침례교 교단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히르니악 목사는 “미콜라이우 지역 교육부와 협력해 여름 캠프를 열고 어린이 300명을 초청했다. 이들은 매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뢰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미사일 소리만 듣고도 고고도 미사일인지 다른 무기인지 구별할 수 있었다”면서 “아이들의 상태를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렵다”며 “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잃었고 일부는 끔찍한 폭력의 피해를 입었다. 어떤 사건들은 윤리적인 문제로 공유하기조차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한마을에 들어갔을 때 한 아이의 부모 중 한 명이 우크라이나 군에서 복무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아이의 팔다리를 절단했다. 그 아이는 겨우 두 살이었다”면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도 만연했다. 어떤 나이에서든 폭력을 경험하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나히르니악 목사는 또 전쟁 속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겪는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러시아로 납치돼 불법적으로 입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아이들을 찾고 구출하며 강제 이주된 아이들을 해방하기 위해 만든 공공 포털 ‘전쟁 속 어린이(Children of War)’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2월 24일부터 2025년 지난 13일까지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어린이가 납치되거나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어린이들은 강제 이주되거나 납치(19,546명) 됐으며 사망(599명) 하거나 부상(1759명)을 입다. 또한 실종 아동이 발견(7599명) 됐고 우르크라이나로 돌아온 어린이(388명)와 성적 학대를 당한 어린이(16명)도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점령 지역의 접근 제한으로 인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려워 납치된 아동이 적어도 6000명에서 많게는 4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나히르니악 목사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여름 캠프를 운영하며 심리학자들과 목회자들이 함께 심리적·영적 지원을 제공해오고 있다. 또한 미션 유라시아를 통해 지원받은 어린이 성경도 배포했다.
그는 “마을 지하실에서 숨어 지내야 했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우리에게 큰 사명이었다”며 “아이들은 자신이 살던 마을이 러시아군의 통제 아래 있다가 다시 우크라이나의 통제로 바뀌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심리학자들과 목회자들이 아이들을 돕고 있으며 3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 많은 아이들이 안정을 찾고 일상을 회복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제일침례교회는 이달 말 전쟁 미망인들을 위한 캠프를 개최할 예정이다. 나히르니악 목사는 “전쟁이 시작됐을 때 우리 도시의 교회들은 최대한 많은 피난민을 수용하려 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어려운 시기에 희망을 전하는 것이었다”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인간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하나님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으며 오히려 전쟁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던 모든 사역이 더욱 강화되고 확장됐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해 함께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