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표기하지 않았다고 백악관 집무실과 에어포스원 취재 등을 제한당한 AP통신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와일스 비서실장, 테일러 부도위치 공보·인사 담당 부비서실장,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 3명을 상대로 워싱턴 D.C. 지방법원에 취재 제한 조치를 해제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재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트레버 맥패든 판사에게 배당됐다.
AP는 “미국에 있는 언론과 모든 이들은 스스로의 단어를 선택하고, 정부에 의해 보복당하지 않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AP의 편집권 독립과 뉴스 취재 및 보도에 대한 표적 공격은 수정헌법 1조의 핵심 가치를 공격한 것”이라며 “재판부는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관련 소송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의 입장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백악관에서 매일 진실과 정확성이 존재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답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성명에서 해당 소송에 대해 “수정헌법 1조에 대한 소송으로 가장한 뻔한 선전 활동”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멕시코만 명칭을 미국만으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AP는 행정명령과 무관하게 400년 이상 사용해온 멕시코만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백악관은 AP에 대해 백악관 및 마러라고 사저 행사, 에어포스원 취재를 제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이 미국만에 동의할 때까지 그들을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멕시코만 명칭에 대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면엔 AP의 스타일북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이 잠재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부도위치의 발언을 인용해 AP가 스타일북을 통해 미국인과 전세계 사람들의 전통적 신념과 대조되는 당파적 세계관을 강요한다고 보도했다. AP뿐만 아니라 미국 언론이 참고하는 해당 스타일북에서 성별, 이민, 인종에 대한 진보적 표현을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에 대해 이번 주 약 40개 정도의 언론사들이 백악관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서한에 연대 서명했다. 서명 언론사에는 트럼프 행정부에 우호적인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를 비롯해 뉴스맥스 등도 포함됐다. 뉴스맥스는 “우리는 미래의 어느 정권이 뉴스맥스의 보도를 좋아하지 않아 우리를 금지하려고 할까 우려 된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