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마지막 야당’ 민주당도 해산 절차 돌입

입력 2025-02-21 16:57
홍콩 야당인 민주당 로킨헤이(앞줄 오른쪽 두 번째) 대표 등이 20일 당사에서 당 해체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홍콩의 가장 오래된 민주 정당이자 최대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해산 절차에 돌입했다. 민주당마저 해체되면 홍콩에서 야당은 사실상 사라진다.

홍콩 민주당 로킨헤이 당대표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중앙위원회가 당을 해산하는 절차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당 해체를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자신을 포함한 3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 대표는 현재의 정치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으며 당에 심각한 재정적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당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 안타깝다”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홍콩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도시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영국 통치 말기인 1994년 홍콩 내 주요 자유주의 단체들의 연합으로 창당됐다. 민주당 초기 지도자들은 홍콩에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약속하는 헌법적 합의인 ‘일국양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에는 홍콩 입법부에서 최대 야당이 됐다.

민주당 인사 중에는 ‘홍콤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별명이 붙은 마틴 리, 천안문 기념 시위를 조직했던 앨버트 호, 그리고 언론인 출신의 운동가 에밀리 라우 등이 있다. 민주당은 한때 중국 정부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온건한 야당으로 일부는 정부 고위 관리가 됐다.

하지만 2019년 민주화 시위 이후 홍콩의 정치적 환경은 급격하게 변했고, 이듬해 홍콩국가보안법이 제정됐다. 이 법이 발효된 이후 수십 개 시민·사회 단체가 문을 닫았다. 민주당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공민당은 지난해 해산했다.

홍콩이 2021년 선거 제도를 변경해 친중 인사들이 운영하는 위원회 추천을 받은 소위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한 후 민주당은 입법부에 진출하지 못했다. 전 당대표를 포함해 4명의 민주당 전직 의원은 지난해 국가보안법상 전복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혔다.

로 대표는 “홍콩의 민주주의 발전은 항상 어렵다”며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시민·사회 단체나 정당이 해체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 대표는 최소 50명의 당원이 참석하는 총회에서 75% 이상의 지지를 얻으면 공식적으로 당이 해체된다고 설명했다. 이 당은 현재 400명의 당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민주당원들이 중국의 압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