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벌이는 등 친러 행보를 가속하는 가운데 위기감을 느낀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요구해온 광물협정을 수용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귀광물의 50%를 달라는 제안을 받아주고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받는다는 관측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키스 켈로그 미국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와 회담한 뒤 “희망을 다시 회복하는 자리였다”고 영상 연설을 통해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제대로 작동하는 협정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미국과 강력하고 효과적인 투자·안보협정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켈로그 특사와의 공동 기자회견이 미국 측 요구로 취소됐지만, “희망을 회복했다”며 양측 만남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미국과 강력한 투자·안보협정을 체결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미국에서 제시한 광물협정안을 받아들이려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날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측에 개선된 광물협정안을 제시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안보다 완화된 안이 건네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전쟁 지원의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희토류 지분 50%를 요구하는 광물협정 초안을 지난 17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매장자원의 절반을 달라면서도 안전보장 대책이 부실하다며 “나라를 팔아먹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젤린스키 대통령이 서로를 향해 거친 말을 주고 받는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완전히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관계가 화해할 수 있다고 믿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제안한 기회를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매우 좌절하고 있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비판을 중단하고 광물협정에 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