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역임 첫 원로법관 박보영 퇴임…“사법부는 법치주의 최후 보루”

입력 2025-02-21 15:33 수정 2025-02-21 17:52

대법관을 역임한 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원로법관을 지낸 박보영(사진, 64) 전 대법관이 21일 퇴임했다.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3000만원 이하의 소액 사건을 다루는 시법원에서 원로법관으로 근무하다 퇴임한 첫 사례다.

박 원로법관은 이날 오전 여수시법원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설범식 광주고등법원장, 장용기 광주지방법원장, 박남천 광주지법 순천지원장을 비롯 소속 판사, 직원, 조정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퇴임식을 가졌다.

박 원로법관은 이 자리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변호사로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고, 이후 대법관으로서 6년간 근무하며 법과 정의에 대해 더욱 고민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법원에서의 마지막을 국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재판을 하며, 재판에 있어 재판부와 당사자 간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코로나 창궐 등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 중소기업가들이 생활법률을 잘 모르거나 계약관계를 문서로 남겨놓지 않아 송사에 연루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였고, 고령화 사회로의 변화가 이미 법정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고령의 당사자들이 제대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시설 등도 정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고 역설했다.

이어 “여수시법원에서 근무하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민원인들에게 성의를 다하며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게 되었고, 판사와 일반 직원들의 처우를 함께 개선하는 데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당부했다.

박 원로법관은 “이제 법원 밖에서 사법부가 국민을 위한 법치주의의 최후의 보루로서 신뢰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작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법대를 졸업한 박 원로법관은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7년 3월 법관에 임용됐다. 수원지방법원 발령 이후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서울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가정법원 등에서 평판사로 근무했다.

이어 2002년 2월 광주지방법원 부장판사, 2003년 2월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로 근무한 뒤 2004년 2월 법원을 떠나 변호사 길을 걸으며 2011년 한국여성변호사회 제6대 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2년 1월 대법관에 임명, 2018년 1월 임기를 마친 뒤 2018년 9월부터 6년 6개월 동안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원로법관을 지냈다.

여수=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