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집단 합의’ 재추진… “합의금은 정부·기업 분담 협의”

입력 2025-02-20 21:51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사태 관련 ‘집단 합의’를 3년 만에 다시 추진한다. 합의금 재원을 정부와 기업이 분담해서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개정안은 올해 하반기 중에 마련할 방침이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해결 방안’을 보고했다.

김 장관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알려진 뒤 14년이 흘렀지만 아직 많은 피해자와 유족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고통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도의적·법적 책임을 가지고 관련 기업들과 적극적인 협의를 보다 강도있게 추진하겠다”며 “정부는 피해자분들의 상황에 맞는, 피해자분들께서 원하시는 방식의 맞춤형 지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인정 받은 피해자는 5828명이다. 요양급여, 간병비 등 피해구제 급여를 받는 인원이다. 이 가운데 중증·저연령층 피해자는 지속적인 치료와 생활비 지원받는 현 방식을 선호하지만, 유족이나 고령층 등은 적정 합의금을 일괄 수령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피해자는 기업을 상대로 개별적인 소송·합의를 진행했으나 승소하거나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2022년 집단 합의가 추진됐지만 합의금 총액과 기업간 분담비율을 두고 이견이 나오면서 무산됐다.

환경부는 2022년 사례를 반복하지 않도록 정부가 참여해 정부·국회·피해자·기업으로 구성된 ‘집단 합의 거버넌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와 기업 간 적정 분담금 분담 비율, 피해자 지원제도 확대 등 정부 책임을 반영한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개정안도 올해 하반기 중에 마련한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이 마무리돼 필요 재원이 추계되면 재정 당국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집단 합의를 원치 않는 피해자는 현행 피해구제를 지속할 수 있다.

이번 집단 합의 추진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의 후속 조치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에 대해 정부가 유해성 심사를 충분히 하지 않고 ‘유독물이 아니다’고 공표했다며 피해자 3명에게 300만~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환경부는 “판결을 존중하며 필요한 후속 조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