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의 여왕’양희영 “기왕이면 메이저대회서 우승하고 싶다”

입력 2025-02-20 19:37 수정 2025-02-21 03:17
20일 태국 파타야 시암 올드코스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 1라운드를 마친 뒤 선전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양희영. 사진=정대균기자

“에이미, 에이미!!”

여기저기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싸인을 요청하는 팬들이 몰려 든다. 싫은 내색 하나없이 특유의 온화한 미소로 성심성의껏 싸인을 해준다. 팬들이 그를 알아 보는 건 당연했다. 그가 다름아닌 ‘파타야의 여왕’ 양희영(35·키움증권)이기 때문이다.

양희영은 태국 파타야 시암 올드 코스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3차례나 우승했다. 그가 LPGA투어서 거둔 통산 6승 중 절반을 파타야에서 거둔 셈이다.

20일 개막한 올해 대회 첫날 1라운드 출발도 나쁘지 않다. 보기 2개에 버디 5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15위에 자리했다.

양희영은 2015년, 2017년, 2019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흥미로운 것은 우승이 모두 홀수해에 거둔 것이다. 이후 파타야에서 우승은 멈췄지만 작년 KPMG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다. 그것도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어서 의미가 컸다.

그렇다면 그가 파타야에만 오면 펄펄 나는 이유는 뭘까.

양희영은 “이 곳에 오면 우선 마음이 편하다. 잘 했던 코스라 자신감도 생긴다”라며 “좋은 추억에 대한 기대치도 있지만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서 최대한 즐기려 한다. 즐기다 보니까 3차례나 우승했다. 올해도 즐기면서 열심히 하려 한다”고 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오늘 샷감이 아주 좋았다. 오랜만의 시합이라 조금 긴장했는데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라며 “다만 버디 기회가 많았음에도 퍼트가 말을 듣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했다.

전제척으로 올 시즌 전망도 낙관하는 눈치다. 양희영은 “올랜도에서 늘 하던 방식으로 훈련에 매진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라며 “골프라는 온동이 다 잘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담할 순 없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양희영은 올해 나이가 서른 다섯살이다. 풀 시드권 한국 선수 중에서는 맏언니격이다. 그래서 몸관리에 더욱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는 “예전에 비하면 금세 지치고 피로 회복도 느리다”고 고충을 토로한 뒤 “잠을 잘 자고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려 노력한다. 다만 음식을 두루 잘 먹는 편이어서 살을 찌지 않으려 애쓴다”고 했다.

또 하나의 트로피 들어 올리는 것이 올 시즌 목표라는 양희영은 “기왕이면 메이저 대회서 우승하고 싶다. 메이저대회는 일반 대회와 달리 익사이팅하고 의미도 다르기 때문이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양희영은 작년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때만 해도 스폰서가 없었다. 지독하리만큼 스폰서 운이 없는 대표적 선수였다. 하지만 그 우승 직후 든든한 후원사를 만나 민모자를 벗어 던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롯이 새로운 동기부여로 작용했다. 그는 “든든한 스폰서가 생겨 도와 주니까 잘하고 싶다. 스폰서가 없을 때에 비하면 책임감은 더 생긴다”고 각오를 다졌다.

골프를 하지 않을 때는 집에서 TV를 보거나 요리를 한다는 양희영은 결혼에 대해 “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다. 우선은 투어를 다니다 보면 남자를 만날 시간이 없다. 그래서 나중에 생각하겠다”면서 “비혼주의는 절대 아니다. 인연은 있을 것이다. 어디에 있는 지 모르겠지만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고 말하며 웃는다.

그렇다면 그의 은퇴 시기는 언제일까. 양희영은 “1, 2년 치면서 봐야 할 것 같다. 현재도 가끔씩 은퇴를 생각하긴 하지만 향후 2년은 정말 열심히 해보려 한다”라며 “한 해 한 해 지내면서 생각해보겠다. 아무튼 그만 두는 날까지 최선 다할 생각이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양희영은 올 시즌 LPGA투어 한국 군단의 성적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올해 벌써 1승을 거두는 등 올해 한국 선수 초반 성적이 좋다”면서 “전세계에서 잘치는 선수들이 몰려 온다. 그래서 LPGA 우승이 갈수록 쉽지 않다. 작년에 한국 선수들이 3승에 그쳤지만 정말 열심히 한다. 올해 팬들이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면 한국 선수들은 예전의 모습을 찾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파타야(태국)=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