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사기조직서 구조된 외국인들 송환 시작… “1만명 넘을 것”

입력 2025-02-20 17:33
미얀마 사기조직에서 구조된 중국인들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중국 비행기가 20일 태국 국경지대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얀마 국경지대에 있는 중국계 온라인 범죄조직에 감금됐다 구조된 외국인들에 대한 송환 작업이 시작됐다.

20일 방콕포스트와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미얀마 당국은 이날 150명을 시작으로 22일까지 중국인 약 600명을 태국으로 보낸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넘겨받아 태국에서 항공편으로 본국으로 송환한다. 류중이 중국 공안부 부장조리(차관보)가 지난 16일부터 현지에서 태국, 미얀마 당국과 자국민 송환을 협의해왔다.

현재 미얀마 카렌주에는 온라인 사기조직에 감금됐다 구조된 외국인 수천 명이 송환을 기다리는 중이다. 미얀마 당국은 친군부 카렌족 민병대로 태국 접경지역을 통제하고 있는 카렌 국경수비대(BGF)와 함께 중국계 범죄조직의 거점인 쉐코코 지역 등을 단속해 외국인 1200여명을 구출했으며, 이들은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태국 측에 인도된다.

미얀마 당국은 19일에도 미야와디에서 온라인 사기조직을 단속해 불법 구금된 외국인 250여명을 추가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카렌 국경수비대는 사기조직에서 일하던 외국인 약 1만명을 태국으로 송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인으로 알려졌다. 태국 외무부도 감금된 외국인이 최종적으로 1만명 이상 송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엽문 3’ 등에 출연했던 중국 배우 왕싱(31)도 감금됐다 구조됐다. 그는 영화에 출연시켜 주겠다는 온라인 사기에 걸려 태국으로 갔다가 공항에서 곧바로 미얀마 국경지대로 끌려갔다. 거기서 감금돼 머리를 삭발당했고 50여명의 다른 중국인들과 함께 온라인 사기 훈련을 받았다. 일본의 중학생 소년도 온라인에서 초대를 받아 미얀마에 갔다가 사기조직에 의해 감금됐다. 구출된 이 소년은 “일본인이 8명 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미얀마의 카렌 국경수비대가 미와와디 지역을 단속해 콜센터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을 체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계 범죄조직은 분쟁으로 어수선한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대규모 콜센터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인을 인신매매 등으로 납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온라인 사기 행위에 종사시키고 있다. 한 유엔 기관은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온라인 사기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이 2023년에 12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중국은 미얀마에서 온라인 사기를 벌이는 중국인들에 대한 소탕 작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미얀마, 태국과의 공조를 통해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5만3000명의 중국인 용의자를 국내로 이송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미얀마 사기조직 간부 등 23명에 대한 재판도 열리고 있다. 중국 검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수천 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2015년 이후 약 100억위안(약 2조원) 이상의 도박과 사기에 연루됐으며, 중국인 14명을 죽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도 미얀마에 구금된 외국인들 중 일본인이 수십 명 있는 것으로 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감금된 외국인들의 국적은 30여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