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시진핑 면전서 “中기술산업 외화내빈…향후 5년에 생사 달려“

입력 2025-02-20 17:31
중국의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의 창업자이자 CEO인 런정페이가 지난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영기업인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국중앙TV 캡처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에서 중국 기술산업이 겉은 화려하지만 내실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홍콩 싱타오망 등에 따르면 런 회장은 지난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영기업 좌담회에서 “중국이 스마트 드라이빙과 반도체 등 영역에서 현저한 진전을 얻었지만, 여전히 ‘표면적 번영이 내공 부족을 가리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과 최근 저비용 고효율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출시로 돌풍을 일으킨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 등이 참석했다. 중국은 이날 모임을 통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민영 기업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발언자로는 런 회장과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BYD의 왕촨푸 회장, 중국 대형 사료생산업체 신시왕그룹 류융하오 회장, 웨이얼반도체의 창업주 위런룽, 휴머노이드 로봇 선두주자 유니트리의 왕싱싱 회장, 스마트폰 및 전기차 업체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 등 6명이 업계를 대표해 나섰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이들의 발언 요약본에 따르면 런 회장은 핵심 기술 연구·개발과 글로벌 배치를 강화해 세계 과학·기술 경쟁이라는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5년은 중국 과학·기술 산업의 생사를 가르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민영기업이 반드시 글로벌 기술 규칙(표준)의 제정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런 회장은 화웨이가 중국 내 기업 2000곳과 함께 반도체 및 공업용 소프트웨어 등 핵심 영역 생태계를 재구축하는 ‘스페어타이어(備胎) 계획 2.0’을 가동했다며 “2028년에 전체 산업망의 자립화율이 70%를 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좌담회에서 “민간 부문은 중국 경제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광범위한 성장 가능성과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서 “새로운 발전 단계에서 민영기업과 기업가들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민영기업인과 좌담회를 개최한 것은 2018년 11월 이후 5년 만이다. 2018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첫 해였고 이번 좌담회가 열린 시점은 트럼프 집권 2기 관세전쟁의 포문이 열린 직후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이튿날인 18일 곧바로 민영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민간 및 외국인 투자가 제한된 산업 목록의 개정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프라 건설, 대형 설비 업그레이드, 소비재 교체 프로그램에도 민영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또 민영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지방정부 및 국유기업의 미지급 대금을 해결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중국에선 재정난에 시달리는 일부 지방정부가 민영기업에 대한 대금 지급을 미뤄 불만을 사고 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