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 가족이 홀로코스트 추모일 80주년을 기념해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평화를 다짐해주길 당부했다. 20일 국제구호재단 더펠로우십코리아가 마련한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 사전 기자간담회에서다.
이날 현장에는 쉰들러 리스트에 포함돼 극적으로 생존한 유대인 레벤슈타인씨의 손자이자 서울대 이스라엘 교육센터 연구교수인 다니엘 펠드먼 교수가 참석했다. 쉰들러 리스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사업가인 오스카르 쉰들러가 유대인을 구조하기 위해 작성한 명단을 가리켜 말한다.
펠드먼 교수는 “폴란드에 살고 있던 조부모님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평범한 삶을 잃었다”며 “게토(유럽인 집단 거주 구역)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강제 이송됐고 수용소 가스실에서 두 자녀가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가진 그가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역설적으로 희망과 평화다. 펠드먼 교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희망과 긍정적인 신념”이라며 “할아버지는 당신을 암울한 시대 속의 희생자가 아닌 그 시기를 극복한 생존자라고 생각하셨다”라고 전했다.
그는 과거 역사로 인한 국가적 트라우마에 있어 유대인과 한국인의 유사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펠드먼 교수는 “한국 사회는 역사적 비극을 겪었다는 점에서 민족적 트라우마의 회복이라는 가치를 유대인과 공유한다”며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과거를 기억하고 이를 신앙 음악 예술 등의 문화적 가치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27일은 유엔이 정한 홀로코스트 추모일이었다. 오는 27일 더펠로우십은 홀로코스트 80번째 추모의 날을 맞아 ‘샬롬의 목소리’를 주제로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음악 문학을 통해 홀로코스트 희생자와 생존자를 되새기고 전쟁 등으로 인해 상처입은 피해자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날 펠드먼 교수와 더불어 김도현 찬양사역자,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민영진 박사가 참여한다.
김영미 더펠로우십코리아 운영대표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까지 이어지는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고 온전한 평화를 맞이하길 바란다”며 “전쟁과 불안이 채 가시지 않는 상황에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화합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