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밀자 나타난 ‘비밀매장’서 ‘짝퉁 샤넬’ 쏟아졌다

입력 2025-02-20 17:08 수정 2025-02-20 17:44
A씨 일당이 중구 명동 일대 비밀매장에서 판매해 온 위조상품들. 서울시 제공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민사국) 수사관 4명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66㎡ 규모의 옷 가게를 급습했다. 민사국은 이곳에서 ‘짝퉁’이라 불리는 위조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 매장은 티셔츠를 9900원에 판매하는 일반적인 업장처럼 보였다.

비밀은 매장 구석의 벽에 있었다. 수사관이 평범해 보이는 벽을 두 손으로 밀자 4층 ‘비밀매장’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왔다. 100㎡ 크기의 비밀매장엔 샤넬·루이뷔통·고야드·몽클레르 등 각종 명품 브랜드의 지갑(461점), 가방(434점), 시계(125점), 귀걸이(47점), 의류(31점) 등 상품 1200여점이 가득 차 있었다. 정품 기준으로 38억2000만원어치였다. 그러나 모두 위조상품이었다.

민사국은 비밀매장의 위조상품 1200여점을 압수하고, 이를 판매해온 일당 2명을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수사 결과 매장의 실제 주인 A씨는 이같은 비밀매장을 세 번이나 옮겨가며 6년간 운영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SNS 광고를 보고 찾아온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며 단속을 피했다. A씨는 다른 피의자인 B씨를 ‘바지사장’으로 두고 B씨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수익을 관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A씨는 이전에도 위조상품을 판매하다 5차례 처벌돼 벌금 1200만원을 납부한 바 있다. 위조상품을 유통·판매·보관하는 경우 상표법에 따라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벌금보다 이익이 많기 때문에 계속 위조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사국은 이들의 1년 순이익만 1억5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민사국 관계자는 “범죄수익도 철저히 추적·추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