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한 美대사, 우크라 거론하며 “한국에서 ‘서울 패싱’ 우려 커질 수도”

입력 2025-02-20 08:07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CSIS 유튜브 캡처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협상에 나서 유럽을 놀라게 했다며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경우 한국에서도 ‘서울 패싱’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가 진행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러시아와 미국의 협상이 우크라이나의 참여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유럽의 동맹국들도 첫 번째 회의를 보고 놀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그 장면을 볼 때 트럼프 행정부가 언젠가 한국이 테이블에 없는 곳에서 (북한과) 대화를 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트럼프가 일본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김정은과의 우정에 대해 따뜻한 말을 한 것을 한국에서도 눈치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이어 “그리고 한국에서는 ‘서울 패싱’에 대한 불안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경우, 미국과 러시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것처럼 안보 위협의 당사국인 한국이 배제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그러면서 “‘서울 패싱’ 여부는 아시아 정책을 담당하는 미 행정부에 누가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리고 그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지난 수십 년간 미국에서는 동맹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깊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제도적 틀이 (트럼프식 외교의) 비전통적 스트레스와 긴장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유럽과의 관계보다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국에 대한 조치 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관세”라며 한국산을 포함한 외국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조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에 따라 한국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한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 법안과 기타 법안에서 제시된 몇 가지 이니셔티브를 이행하는 데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