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 향해 “독재자”…멀어지는 미국과 우크라

입력 2025-02-20 06: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선거 없는 독재자” “적당히 성공한 코미디언”이라고 맹비난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종전 협상에 나선 것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비판하자 인신공격을 섞어가며 반발한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에 3년간 맞서온 우크라이나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점점 멀어지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선거 없는 독재자 젤렌스키는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될 것”이라며 “나는 우크라이나를 사랑한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끔찍한 일을 했고 그의 나라는 산산조각이 났으며 수백만 명이 불필요하게 죽었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또 “그는 선거를 거부하고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서 매우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바이든을 갖고 노는 것뿐”이라며 비판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의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노골적으로 비판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젤렌스키가) 미국을 설득해 3500억 달러를 지출하게 했고, 이길 수도 없고 시작할 필요도 없는 전쟁에 뛰어들게 했다”며 “미국은 유럽보다 2000억 달러를 더 지출했고 유럽의 돈은 보장되지만, 미국은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젤렌스키는 우리가 보낸 돈의 절반이 없어졌다고 인정한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3500억 달러가 아닌 1190억 달러를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튀르키에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의 이번 비난은 젤렌스키가 트럼프를 향해 ‘허위 정보’ 속에 살고 있다고 비판한 뒤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앞서 이날 젤렌스키는 자국 TV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는 허위 정보의 그물망 속에 살고 있다”고 작심 반격했다. 또 이어 종전 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희토류 지분 50% 요구에 대해 “우리나라를 팔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젤렌스키는 전날 트럼프가 자신의 지지율이 4%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여론조사를 인용해 국민 52%가 자신을 지지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를 향해 “그런 발언은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푸틴을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에만 도움이 될 뿐”이라고 직격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종전 협상에 착수한 것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의 젤렌스키 비판은 미국 내에서도 비판받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의 선전 책자에서 그대로 인용한 것 같다”며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친구 중 하나를 배신하고 푸틴 같은 폭력배 편에 서서 공개적으로 편드는 것을 보는 것은 역겹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키스 켈로그 러시아·우크라이나 미 대통령 특사가 이날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젤렌스키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켈로그 특사와의 면담 계획을 밝히며 “미국과의 전반적인 협력이 건설적 방향으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과 유럽과 함께라면 평화는 더욱 튼튼해질 수 있고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적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