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계획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은 권력 유지를 위해 부정 선거론을 퍼트렸으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취임을 막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려고 했다. 또 자신의 재판을 맡은 대법관과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암살을 계획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파울로 고넷 브라질 법무장관은 지난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선거 결과를 뒤집고 당선자의 집권을 막기 위한 쿠데타 음모를 주도한 혐의로 보우소나루를 전날 저녁 기소했다.
고넷 법무장관은 보우소나루 외에도 전 정보기관 책임자, 전 국방장관, 전 법무장관, 전 국가안보고문 등 30여명을 함께 기소했다. 이번 기소는 지난해 11월 브라질 경찰의 수사 내용과 기소 의견을 근거로 이뤄졌다. 경찰은 보우소나루와 그의 지지자들이 룰라 대통령 취임 일주일 후인 2023년 1월 8일 의회, 대통령궁, 대법원을 습격한 이후 이들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272페이지 분량의 검찰 기소장은 보우소나루의 쿠데타가 성공했을 경우, 브라질이 다시 군사독재 체제로 되돌아갈 뻔했음을 시사한다. 브라질은 1964년부터 1985년까지 군사 독재정권에 의해 통치됐다. 전직 육군 대위였던 보우소나루는 군사 독재를 옹호해 왔다.
기소장에는 보우소나루가 대부분 전·현직 군인들로 구성된 측근들과 함께 수개월에 걸쳐 진행한 쿠데타 음모가 자세히 서술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의 쿠데타 음모는 2021년 초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선거 기관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기 위한 소셜 미디어 캠페인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이들이 선거 사기의 증거를 찾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시스템을 비방하기 위한 캠페인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우소나루 당시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는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해 대법관 체포, 군대에 권력 이양, 재선거 실시 등을 계획했다. 검찰은 보우소나루가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발표할 연설문 초안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대선에서 당선된 룰라를 대통령 취임 전 독살하고, 보우소나루에 대한 재판을 담당하는 대법관을 총살하는 계획도 있었다. 기소장에 따르면 대법관 암살은 소수의 엘리트 군사 요원들에 의해 수행될 예정이었으며, 이들은 이미 해당 대법관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었다.
기소장에는 이같은 암살 계획이 보우소나루가 동의해 설계됐고, 그에 의해 승인된 것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보우소나루와 그의 측근들의 쿠데타 음모가 성공하지 못한 유일한 이유는 군 주요 인사들의 반대 때문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는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선거 조작설에 연루된 룰라 대통령의 취임을 막기 위해 계엄령을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면서도 의회가 선거 결과를 승인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이 아이디어를 빠르게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암살 음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를 측근의 계획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나는 그것(암살 음모)이 환상이었고 허세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 기소에 따라 브라질 대법원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체포와 재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 보우소나루는 수십 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