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 AC업계 “작년보다 올해 더 어려울 것”… 스타트업 폐업 늘고 AC도 줄어

입력 2025-02-20 05:05

액셀럴레이터(AC)와 스타트업 업계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고(三高)’로 인해 울상을 짓고 있다. 혹한기로 인해 스타트업의 초기투자와 성장을 돕는 AC의 등록 말소가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았음에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고 있다.

19일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KAIA)의 ‘2024년 대한민국 액셀러레이터 및 초기투자 생태계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AC들은 지난해 생태계 체감 분위기가 전년보다 악화한 것으로 응답했다. 올해의 생태계 분위기 예상에 응답자의 61.5%가 올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봤다. 총 104명의 업계 종사자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1월 17일까지 응답했다.

AC들은 투자 재원 확보와 회수 시장 활성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또 가장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정책으로는 투자의무 비율 완화(20.7%)를 꼽았다. 벤처투자촉진법에 따르면 AC는 전체 투자액의 40% 이상을 3년 미만 초기 기업에만 투자해야 한다.

이것이 현실적이지 않아 규정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C가 벤처캐피털(VC) 라이선스를 확보하면 투자 의무비율은 20%로 낮아진다. 그러나 납입자본금을 20억~100억원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은 훨씬 높다. AC 납입자본금은 1억원이다.

이에 초기투자를 담당하는 AC가 줄고 있다. 지난해 AC 등록 말소 건수를 살펴보면 34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말소된 AC들의 등록 연도 중 3분의 1 이상(12곳)이 2022~2023년이었다. 신생 AC들이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AC들의 투자가 점점 위축되자 스타트업의 폐업신고는 혹한기에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벤처캐피털(VC) 분석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기존에 이미 투자를 받았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 가운데 지난해 폐업한 곳은 170곳이었다. 전년(144곳) 대비 13.5% 증가한 수치다. 2021년에는 104곳, 2022년에는 126곳으로 폐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2호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이었던 ‘옐로모바일’은 지난해 4월 폐업했다. 누적 투자금은 2600억원에 달했다. 카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운영했던 ‘풀러스’도 같은 해 3월 문을 닫았다. 국내 최대 규모 카풀서비스로 네이버, SK 등으로부터 누적 220억원의 투자를 받았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AC와 스타트업 등 전반적으로 생태계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강해졌다”며 “이는 생태계의 환경적, 제도적 과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와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