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영업비밀? 2심 쟁점은

입력 2025-02-19 11:07
국민일보DB

4년간 법적 분쟁을 이어온 ‘다크앤다커’ 저작권 소송에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아이언메이스(피고)가 넥슨(원고)에 85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소송비용은 아이언메이스 80%, 넥슨 20%다.

게임 산업계는 이번 소송이 저작권 관련 선례를 남길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양측이 항고의 뜻을 밝힌 만큼 판결문 해석과 양측이 새롭게 펼 논리에 업계 관심이 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박찬석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넥슨코리아가 아이언메이스 핵심 관계자 최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 방지 및 저작권 침해금지 청구 등 소송에 대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피고와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 85억원, 그중 10억원에 대해서는 2024년3월6일부터, 75억원에 대해선 2024년6월2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소송비용은 아이언메이스가 80%, 넥슨이 20% 부담한다.

넥슨은 과거 ‘P3’ 프로젝트 개발 당시 팀장이던 최씨가 게임 소스 코드와 각종 데이터 등 핵심 에셋을 개인 서버로 무단 유출해 퇴사 후 아이언메이스를 세우고 이를 활용해 다크앤다커를 만들었다며 2021년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언메이스는 게임 콘텐츠 속 유사성은 추상적인 아이디어의 조합일 뿐이라며 맞섰다. 이들은 다크앤다커 개발 과정에서 P3와 관련된 자료를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영업비밀 침해 근거는 ‘P3 정보’ 유출

재판부는 P3의 소스 코드, 개발 제작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 ‘파일’이 아닌 기획 자료, 개발 방향 등이 포함된 ‘정보’가 넥슨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P3 영업비밀 정보는 최씨가 근무 중 체득한 일반적인 지식, 기술, 경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P3 영업비밀 정보는 최씨에게 귀속되는 인격적인 성질의 것이 아닌 넥슨에 귀속되는 정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넥슨이 P3 영업비밀 정보를 비밀로써 유지하는 데 상당히 노력한 점 ▲P3 게임 구성요소의 구체적 내용 및 그 조합은 선행 게임에서 확인되지 않는 점 ▲P3 영업비밀 정보를 이용해 동종의 게임을 제작한다면 시간·비용적으로 경쟁 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점 등을 영업비밀 침해의 이유로 명시했다.


이 외에도 피고 최씨와 현 아이언메이스 대표 박씨가 P3의 영업비밀을 가지고 있는 전 팀원 8명을 채용했고 이 중 3명이 아이언메이스의 주식을 보유한 점 등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3항에 위반된다고 봤다. 해당 법 조항에선 절취, 기망,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적혀있다.

즉, 재판부는 P3에 관한 기획 등 정보가 비밀관리성,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의 각 요건을 충족해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이를 무단 유출해 다크앤다커 제작에 활용한 부정 행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들은 원고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공동하여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있다”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5항에 따른 손해액 산정해 청구 전액인 85억원을 초과함이 명백하다”고 판결했다.

저작권 침해는 왜 인정되지 않았나

다만 재판부는 2021년6월30일까지 제작된 P3와 다크앤다커가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며 저작권 침해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두 게임 간 대부분의 유사점이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닌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한다고 봤고 일부 유사한 표현들도 익스트랙션 슈터, 배틀로얄, 중세 판타지 게임 장르의 전형적 특징에 불과하다고 봤다.

판결문에선 “P3에 익스트랙션 장르의 핵심 요소인 탈출·아웃게임(바깥 육성) 부분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고 대기실 배경인 선술집으로 볼 만한 바텐더, 술병, 술잔 등이 없다”면서 “부활의 제단 시스템도 구현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법원은 P3 게임 관련 결과물 일체가 넥슨코리아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코리아의 성과를 도용하였다는 주장을 배척했다”면서 “다크앤다커는 아이언메이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순수 창작물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항소 예고한 넥슨-아이언메이스, 2심에 쏠린 눈

이철우 문화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손해배상 청구액 85억원이 전액 인용된 점을 주목하며 사실상 넥슨의 ‘판정승’이라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18일 국민일보에 “넥슨이 이번 소송을 제기하게 된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사내 근무 인원이 회사의 자원을 유출해 퇴사 후 이를 활용한 경쟁 게임을 만드는 등의 문제가 거듭 발생해왔는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 본보기로 삼는 것과 다크앤다커라는 게임을 더는 서비스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현재 넥슨이 직접 다크앤다커와 같은 장르에서 경쟁하는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보면, 결국 전자가 넥슨의 관점에서 더 중요하리라 사료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언메이스 주요 인원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에도 판결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과 법관의 심증이 반영되는 소송비용에 관한 결정 등을 같이 고려해본다면 넥슨 70~80%, 아이언메이스 20~30%의 비율로 넥슨이 승리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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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양사는 항소 의사를 밝혔다. 법조계는 ‘2차전’에서 두 회사가 다시 한번 P3와 다크앤다커 간 실질적 유사성이 존재하는지, 미완성·미공표 게임인 P3가 부정경쟁행위의 보호 대상인 타인의 성과 등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변호사는 “넥슨이 현재 다크앤다커가 계속 서비스된다고 해서 직접 손해를 입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으리라 예측한다”면서도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당연히 검찰과 형사법원에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지영 한국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상임위원은 “2심에선 넥슨은 본인들이 패소한 저작권 부분과 관련해서 추가로 다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아이언메이스 측에선 ‘영업비밀 침해가 아니’라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겠으나 탈취 행위에 대해선 판결을 뒤집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손해배상액을 방어하는 목적으로 항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넥슨 측은 1심 판결 당시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불법 침해 행위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 청구액 85억원을 전액 인정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이언메이스도 17일 입장문을 내고 “헌법상 보장되는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고 법리 검토를 거쳐 상급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