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년 차인 한국의 대표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오는 20일 프랑스 클래식 레이블 아파르떼에서 여섯 번째 인터내셔널 앨범 ‘브람스’를 발매한다. 디지털 음원은 지난 14일 나왔다. ‘브람스’는 인터내셔널 앨범으로는 여섯 번째이고, 국내 발매 앨범까지 포함하면 여덟 번째다. 최근 핫한 연주자가 아니면 음반 발매가 쉽지 않은 세계 클래식계에서 노부스 콰르텟의 꾸준한 활약을 증명한다.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은 18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음반 녹음은 우리의 음악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다”라며 “앞으로 음반을 얼마나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남기고 싶은 기록들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7년 결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40)과 김영욱(36), 비올리스트 김규현(36), 첼리스트 이원해(34)로 구성돼 있다. 결성 5년 만인 2012년 ARD 국제 콩쿠르 2위에 이어 2014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유럽의 주요 공연장의 초청을 받는 세계적인 현악 사중주단으로 성장했다. 2022-23년 시즌에는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했다. 아벨 콰르텟, 아레테 콰르텟 등 최근 한국에서 재능 있는 현악사중주단이 잇따라 등장한 배경에는 노부스 콰르텟이 있다.
김재영은 “예전에는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서 이뤄내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직업적 소명과 음악에 대한 철학이 없으면 길게 보고 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영욱은 “실내악 불모지인 한국에서 현악사중주단의 성장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같은 길을 걷는 후배 현악사중주단들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브람스’를 포함해 최근 발표한 앨범들이 특정 작곡가의 작품을 모두 담은 것은 음악에 보다 깊이 있게 천착하려는 노부스 콰르텟의 의지를 보여준다. 노부스 콰르텟은 2020년 멘델스존 현악 사중주 전곡(6곡)을 시작으로 2021년 쇼스타코비치(15곡)과 2023년 베토벤(16곡)에 이어 이번에 브람스(3곡)를 녹음했다. 김재영은 “우연이 겹쳐 계속 전곡 연주에 도전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전곡 연주는 성취감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음악적 성장을 하게 만든다. 또 한 작곡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깊이감에 중독 아닌 중독이 된 것 같다”면서 “우리는 평소 편하거나 쉬운 곡을 선택한 적이 없다. 이번에 도전할 수 있는 어려운 작품을 찾다 보니 브람스였다”고 설명했다.
‘브람스’는 브람스의 현악 사중주 전곡인 1∼3번을 녹음한 음반이다. 브람스가 10개가 넘는 현악사중주 곡을 작곡했지만, 3곡 외에는 다 폐기했다고 알려질 정도로 완벽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브람스의 현악4중주 1번은 김영욱이, 2번과 3번은 김재영이 제1 바이올린을 맡았다. 김재영은 “브람스를 연주할 때 악보 속을 살다 오는 것 같았다. 우리 유전자에 그대로 (브람스가) 남아 있는 느낌”이라고 피력했다.
노부스 콰르텟은 음반 발매를 기념해 오는 25일 강릉아트센터를 시작으로 3월 1일 부천아트센터, 8일 롯데콘서트홀을 거쳐 27일 광주예술의전당에서 투어 공연을 가진다. 서울 공연은 소속사인 목프로덕션이 올해 기획한 ‘월드 스트링 콰르텟 시리즈’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서는 무대다. 이후 세계적 명성의 에벤 콰르텟(4월 3일), 벨체아 콰르텟(4월 4일), 하겐 콰르텟(11월 9일)의 무대가 이어진다. 김재영은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듯이 현악 사중주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각 세대를 상징하는 현악 사중주단들의 내한 공연을 비교하며 즐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