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vs대한전선’ 5년 특허소송 선고 연기…양사, 곳곳서 분쟁

입력 2025-02-19 05:00
직원들이 LS전선의 강원도 동해사업장에서 철제 턴테이블에 해저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 뒤편으로 높이 172m에 이르는 생산 탑(VCV타워, 수직연속압출시스템)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LS전선 제공

부스덕트 부품 관련 특허를 둘러싼 LS전선과 대한전선의 2심 선고가 다음 달로 미뤄졌다. 해당 선고는 양사가 5년 넘게 이어온 특허 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두 회사는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 유출, 기아 공장에서 발생한 정전 등을 둘러싸고도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특허법원 제24부(재판장 우성엽)는 지난 18일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손해배상소송의 항소심 선고 기일을 19일에서 다음 달 13일로 변경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원고·피고 일방 요청에 따라 선고 기일을 연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재판부의 판결문 작성 지연 사유가 대다수”라고 19일 설명했다.

LS전선은 지난 2019년 8월 대한전선이 제조·판매하는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LS전선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부스덕트는 전력 소비가 많은 대형 빌딩, 공장 등에서 쓰는 송전선 등을 금속 케이스로 감싼 배전 수단이다. 조인트 키트는 개별 버스덕트를 연결해 전류 흐름을 지속하는 부품이다. 1심 재판부는 대한전선에 보유 중인 관련 제품을 폐기하고 LS전선에 4억9623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양측 모두 항소했다. LS전선은 배상액이 적다는 이유를, 대한전선은 특허 침해를 전면 부인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양사는 곳곳에서 분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경찰은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 유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가운종합건축사무소를 통해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대한전선에 대한 3차례 압수수색도 했다.

양측 모두 강경 태세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대한전선은 “혐의가 없다고 판명되면 가능한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맞받았다.

2018년 기아 화성공장에서 발생한 정전 사고에 대한 책임을 두고도 양사는 갈등 중이다. 약 5일 동안의 정전으로 차량 생산라인 6개가 멈춰 섰고, 기아는 약 182억원의 손해를 봤다. 기아는 땅속 송전선로를 옮겨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하자와 과실을 문제 삼아 LS전선, 시공사 엠파워, 전선 공급업체 대한전선을 상대로 지난 2019년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1·2심 재판부는 LS전선의 단독 책임만을 인정했다. LS전선은 대한전선 등 다른 피고와의 공동 책임을 주장하며 상고한 상태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