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독재국가를 건설한 김일성(1912-1994) 주석의 평전이 영국에서 출판됐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의 논픽션 전문 출판사인 허스트(C Hurst & Co)는 ‘우연한 폭군(Accidental Tyrant)’이란 제목의 김일성 전기를 이번 달 초 출간했다.
남한에 거주하는 러시아 출신 학자로 북한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저술한 표도르 테르티츠키가 책을 썼다. 저자는 새 책에서 한국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로 작성된 방대한 새로운 자료를 바탕으로 김일성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김일성을 “한국 역사상 가장 어두운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일어난 전쟁 중 가장 파괴적인 전쟁을 일으켰고, 인류 역사상 가장 억압적인 국가 중 하나를 만들었으며, 이런 정권이 사후에 보존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FT의 책 소개 기사에 따르면, 저자는 김일성이 북한의 초대 지도자가 되는 과정에서 당시 소련과 스탈린의 역할을 조명하면서 몇 가지 예상치 못한 우연이 김일성을 권력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김일성은 소련의 도움으로 항일투쟁을 이끌었다는 과거를 발명했다. 본명이 김성주인 김일성은 일제시대 평양 근처의 개신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만주에서 독립군과 함께 싸웠지만, 그들이 패배하자 1940년 국경을 넘어 소련으로 들어가 소련군에 징집됐다. 이후 러시아어를 구사하며 자녀들에게도 러시아어 이름을 지어줬다. 1941년에 태어난 그의 아들 김정일은 ‘유라’라는 러시아어 이름으로 불렸다.
갑작스런 해방 후 북한을 지배하게 된 소련은 김일성을 북한 지도자로 내세웠다. 당시 모스크바에서 김일성은 “충분히 한국적이면서 충분히 소련적”으로 여겨졌다. 저자는 당시 소련의 결정으로 인해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이어지는 북한의 불행이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허스트 출판사는 홈페이지에서 “소련으로부터 자치권을 얻는 데 있어 김일성의 정치적 능력을 보여주고, 그의 무능한 경제 정책이 어떻게 재앙적인 기근을 초래했는지 탐구하며, 세습 통치 체제를 어떻게 구현했는지 조명한다”고 이 책을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 베이징지국장 출신의 저널리스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책을 쓴 애나 파이필드는 이 책에 대해 “북한의 창설에 대한 포괄적이고 매우 접근하기 쉬운 설명”이며 “억압적인 독재가 어떻게 지속되는지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