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선교모델 ‘BAM’ 이야기

입력 2025-02-18 16:02 수정 2025-02-19 14:42
18일 강원도 평창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제19회 IBA 리더스포럼에 참가한 비즈니스 선교인들이 나눔을 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비즈니스 그 자체로서의 선교입니다. 그 전까지는 ‘비즈니스를 열심히 해서 번 돈으로 선교사들을 돕자’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비즈니스가 곧 선교적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하는 겁니다.”

추운 날씨가 맹위를 떨치는 18일. 강원도 평창에 있는 켄싱턴호텔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였다. 선교 단체인 IBA가 17일부터 사흘간 ‘겸손한 동역’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19회 리더스포럼에 참가하는 사람들이다. IBA는 BAM(Business As Mission·선교로서의 비즈니스) 운동을 전개해온 단체들의 연합체다. 지난 2007년부터 국내외 사역지에 비즈니스 선교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비즈니스 선교는 이슬람·힌두교·불교권 등 일반 선교사 신분으로 들어가기 힘든 지역에서, 합법적 지위를 갖고 복음을 직·간접적으로 전하는 데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다니엘 IBA 사무총장은 “비즈니스를 하면서 현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복음 전달의 통로까지 되는 것”이라며 “해당 지역에서 최소 5년 이상 지속가능하게 활동하는 게 관건”이라고 전했다.

포럼에서는 비즈니스 선교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사업가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강모세(가명·52)씨는 2000년 남아시아 무슬림권 국가에 들어간 뒤 24년 간 사업가 및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현지인들이 잘 하지 않는 차별화된 네일아트 사업을 시작했다. 현지인들이 동경하는 한국산과 미국산 재료들을 사용하며 주목을 받았다.

강씨는 “네일아트는 사람과 사람을 일대일로 만나게 한다. 이 일의 핵심 개념은 ‘손을 잡고 이야기하는 것’, 즉 스킨십”이라며 “한 시간 정도 손잡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의 과거사, 힘든 상황, 비밀스러운 이야기까지 다 공유된다. 그러면서 친해져서 단골 고객이 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고객들과 회사 직원으로 고용된 현지인들에게 좋은 서비스 및 월급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복음까지 전파한다. 일종의 영적 제자로 삼아 매주 말씀으로 양육하고 네일아트 기술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후 영적 제자들이 무슬림들 속으로 들어가 복음 전파에 동참한다.

2014년부터 동남아시아 무슬림권 국가에서 비즈니스 선교를 해온 나요셉(가명·49)씨는 세 가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첫 번째는 IT 디자인 사업이다. 선교국가의 디자인 역량과 한국 동역자들의 IT 기술을 결합했다. 두 번째는 분식 사업이다. 이미 선교국가에 한류의 붐이 일었고, 이는 분식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세 번째는 닭갈비 식당 사업이다. 현재 나씨가 하는 모든 사업들은 확장 일로를 걷고 있다.

나씨는 “현지 사업들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함과 동시에 비즈니스 그 자체를 통해 무슬림 직원들에게 복음을 전하려 애쓰고 있다”며 “말과 글로 복음을 전하는 것에 적잖은 제약이 있지만, 일터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모든 과정, 즉 사업에 관한 의사결정, 재정집행, 인간관계 등에서 ‘복음을 아는 자답게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선교인들 간의 연결을 통해 선교 확장을 도모하는 경우도 있다. 진경도(61) 핸즈커피 대표는 대구 지역에서 BAM 사업가들의 모임인 ‘다BAM’을 운영하고 있다. 연결되기 쉽지 않은 지역 BAM 사업가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유용한 비즈니스 선교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진 대표는 “이 일을 하는 데에는 반드시 ‘동지’가 필요하다. 그동안 선교적 삶을 사는 BAM 사업가들은 이러한 동지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이 같은 맹점을 보완하고 선순환 효과를 내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평창=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